‘○○답게 살겠습니다’캠페인을 펼칠 한국 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 권길중 회장은“처음엔‘~살자’를 제안했으나‘우리부터 그렇게 살자’는 의견이 많아‘○○답게 살겠습니다’로 구호를 바꿨다”고 말했다.

"1990년대 '내 탓이오' 운동은 자동차 뒤 유리창에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속된 말로 뒤차 사람에게 '네 탓'이라고 했던 셈이지요. 그래서 이번엔 자동차 운전석 앞, 책상 앞, 현관 앞에 '○○답게 살겠습니다' 스티커를 붙일 작정입니다."

천주교의 전국적 평신도 모임인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이하 '평협'·회장 권길중)가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을 펼친다. 평협은 지난 11~12일 충북 배론성지에서 상임위원회를 열고 '○○답게 살겠습니다'를 올해 범국민운동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월별로 8월엔 '자기 정체성 확인하기', 9월엔 '내 탓이오', 10월엔 '내가 먼저 사랑하기', 11월엔 '평화를 이루는 삶을 살기', 12월엔 '서로 사랑하기' 등 실천 덕목도 정했다.

권길중 회장(74)은 21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방한하고, 세월호를 겪은 상황에서 과거처럼 그대로 살 수는 없었다"며 "그래서 저희 평신도 차원에서라도 스스로 정체성을 확인하고 뭔가 다르게 살아보자는 운동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1~12일 상임위원회에서 권 회장이 처음 제안한 것은 '~○○답게 살자'였다고 한다. 하지만 위원들이 "'~답게 살자'는 건방져 보인다며 우리부터 '~답게 살겠다'고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현장에서 문구를 바꿨다고 권 회장은 전했다. 권 회장이 '답게' 운동을 생각하게 된 것은 그의 말처럼 두 가지 계기 때문. 하나는 다음 달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교황님의 방한을 계기로 우리 스스로 바뀔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다가 '학생은 학생답게' '선생은 선생답게' '부모는 부모답게'를 생각했다"고 했다. 두 번째는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사건'. 그는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선장이 선장다웠고, 선원들이 선원다웠으면 이런 참사가 벌어졌을까 생각하며 반성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평협 회장에 선출된 권 회장은 청담중, 용곡중, 도봉정산고 교감과 장충여중, 영등포고 교장을 거친 교육자 출신. 그는 "학교에 있을 때에도 교장과 담임이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면 저절로 그 교장과 담임에게 인정받고 싶어 학생들이 열심히 노력한다"며 "종교인들이 모범을 보이면 우리 사회도 저절로 의식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90년대 '내 탓이오' 운동을 천주교 평신도 중심으로 벌인 것이 한계였다는 지적이 있어 평협은 앞으로 이 운동을 7대 종단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권 회장은 "당장 23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일치와 종교 간 대화위원장인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를 찾아뵙고 그 뜻을 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아이디어는 저희(천주교)가 먼저 냈을지 몰라도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만 제대로 확산될 수 있다면 누가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무 상관없다"며 "세월호 사건 이후 '국가 개조'를 비롯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다 흐지부지되는 상황에서 종교인들이라도 앞장서서 뭔가 변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