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機 미사일 피격] "쾅 쾅, 두 번의 폭발음… 여객기 잔해(殘骸)가 하늘서 비처럼 내렸다"

    입력 : 2014.07.19 03:00

    [말레이機 우크라 추락현장]

    機體·시신 3~5㎞까지 흩어져… 현장서 시신 180여구 수습
    주민 "지진이나 전쟁으로 착각", 구조대원들 "끔찍한 생지옥"
    親러시아계 "우크라軍 소행", 親우크라계 "푸틴은 살인자"

    7월의 푸른색 밀밭은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검은 잿더미로 변했다. 17일(현지 시각) 말레이시아 항공기가 추락한 우크라이나 동부 샤흐토르스크의 그라보보 사고 현장에선 검붉은 연기가 짙게 솟아올랐다. 사방에 흩어진 좌석과 항공사 로고가 새겨진 비행기 꼬리가 이곳이 항공기 추락 현장임을 알리고 있었다. 현재 이곳은 친러시아 반군 세력이 장악하고 있다.

    구조 작업을 돕고 있는 이고리 슬라노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생지옥을 보고 있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찢긴 팔과 다리가 보인다'고 썼다. 현장에선 좌석벨트를 맨 채 훼손된 시신도 수십구 발견됐다. 사고 지점 주변은 연기로 인한 매캐한 냄새로 가득했다. 비행기 날개로 보이는 잔해(殘骸)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어 피격에 의한 추락이라는 걸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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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이시아 여객기 미사일 피격 상황 및 운항경로 그래픽

    승객·승무원 298명은 전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객들의 시신과 비행기 잔해는 추락 지점에서 반경 3~5㎞까지 날아갔다. 일부 잔해는 추락 지점에서 20㎞ 떨어진 곳에서도 발견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네덜란드 등 유럽 승객들은 대부분 여름 바캉스를 위해 이 비행기에 탑승했다. 사고 현장에서도 여행용 가방과 세면도구, 휴대전화, 노트북, 기내용 슬리퍼 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발리'에 대한 여행안내서의 책장도 불에 그슬린 채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마을 주민 올렉 조르기비치(40)는 "폭발음이 처음 들렸을 때 '드디어 올 게 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최근까지도 주변 마을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계속됐기 때문에 실전 상황으로 착각한 것이었다. 그는 "이번에는 우리 차례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니콜라이는 트위터에 "폭발음이 두 번 들렸다. 처음엔 지진이라도 난 줄 알았다"고 전했다. 한 목격자는 "항공기 잔해와 시신들이 하늘에서 비처럼 떨어졌다"고 말했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우크라이나 광부까지 나서 수색… 우크라이나 광부들이 18일 말레이시아 여객기 추락 사고가 일어난 지역 주변에서 여객기의 잔해와 시신을 수색하고 있다. 추락 지점은 러시아 국경에서 60㎞ 떨어져 있다.
    우크라이나 광부까지 나서 수색… 우크라이나 광부들이 18일 말레이시아 여객기 추락 사고가 일어난 지역 주변에서 여객기의 잔해와 시신을 수색하고 있다. 추락 지점은 러시아 국경에서 60㎞ 떨어져 있다. /AP 뉴시스

    그라보보 마을의 소방대원과 응급구조요원 60명이 구조 작업에 투입됐지만 생존자는 한 명도 없었다. 구조대원들은 대신 긴급 설치된 천막 밑으로 시신들을 옮겼다. 한 구조대원은 "희생자 중에 어린이들이 많다. 열 살 남짓 된 어린이가 입고 있던 티셔츠에는 '혼란에 빠지지 마라(Don't panic)'는 문구가 있었다. 사고를 예견한 듯했다"고 말했다. 저녁이 되자 마을 주민 백여명이 사고 현장을 멀리서 지켜봤다. 프리랜서 기자인 노아 스네이더는 자신의 트위터에 '현장이 너무 끔찍해 사진을 올릴 수 없다'고 했다. 18일 오후까지 수습된 시신은 약 180여구다.

    네덜란드 애도 물결 18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정부 청사 옥상에서 조기(弔旗)가 나부끼고 있다. 전날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사고로 숨진 승객과 승무원 298명 가운데 네덜란드인은 189명에 이른다
    네덜란드 애도 물결… 18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정부 청사 옥상에서 조기(弔旗)가 나부끼고 있다. 전날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사고로 숨진 승객과 승무원 298명 가운데 네덜란드인은 189명에 이른다. /AP 뉴시스

    지난해부터 친러시아와 친서방으로 나뉘어 '내전(內戰)'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은 이번에도 극명하게 편이 갈렸다. 동부 지역의 친러 주민들은 이번 사건을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소행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친러계인 그라보보 마을 주민 알렉세이는 친러계 반군을 '우리'라고 불렀다. 그는 "우리가 과연 1만m 상공에 떠있는 비행기를 격추할 능력이 있겠는가"라며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번 테러를 우리가 한 짓으로 덮어씌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NYT가 전했다. 사고 현장 주변을 순찰 중인 친러계 무장 대원들은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면서도 취재기자에겐 "사진 많이 찍으라"고 독촉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저지른 끔찍한 사건을 세계인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우크라이나 정부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이번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믿었다. 이날 저녁 수도 키예프의 마이단광장은 추모 인파로 가득 찼다. 키예프 시민 올가 이바넨코는 자신의 트위터에 '푸틴은 이제 테러를 멈춰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신문기자 페터 슈클리노프는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와 함께 애도하고 있다. 푸틴은 살인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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