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 미래다] "지방공장 대부분 가동 중단… 출근 후 思想학습·청소만"

    입력 : 2014.07.08 03:01

    [중국 내 北주민 100명 심층 인터뷰] [中] 경제 사정

    공장에 전깃불·생산 자재 없어 기계는 도둑맞은 것으로 꾸며
    破鐵로 팔아먹는 경우 많아… 장사할 줄 모르면 굶어죽을 판

    북한 주민은 직장에서의 월급이나 집단 농장에서의 배급으로는 생계를 꾸려갈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을 맞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일보와 통일문화연구원이 지난 1~5월 중국 단둥과 옌지 등에서 실시한 심층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 대다수는 "직장은 (출근) 도장만 찍는 곳이고 실제 생계를 이어가는 일터는 장마당"이라고 했다.

    "생산 설비 가동 중단"

    평양 등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의 많은 공장이나 기업소는 이미 가동이 중단됐다고 했다. 황해도 출신의 30대 남성 A씨는 "북에선 공장에서 생산하는 게 거의 없다"면서 "건설 자재나 시멘트, 철근 등이 없기 때문에 기업소에서는 생산을 못 한다"고 했다. 그는 "공장 기계들은 노동자들이 경비와 짜고 도둑맞은 것처럼 훔쳐서 파철(破鐵)로 팔아먹어 남아난 게 별로 없다"고도 했다.

    전기·자재 부족한 공장… 북한 철도성 산하 평양기관차대에서 근로자들이 기관차를 수리하고 있다. 북한이 기간산업으로 특별히 중시하는 철도 역시 전기와 자재 부족으로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자재 부족한 공장… 북한 철도성 산하 평양기관차대에서 근로자들이 기관차를 수리하고 있다. 북한이 기간산업으로 특별히 중시하는 철도 역시 전기와 자재 부족으로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신문

    북한에서는 석유나 전기 사정 등이 열악해 공장 가동이 안 되더라도 출근을 강요한다고 했다. 북한 남성 B씨는 "공장에 전깃불이 없는데 그래도 나와서 (근무) 시간을 지키라고 한다"면서 "그저 앉아서 주체사상을 학습하고 청소 등 위생사업을 한다. 조선(북한)은 먹지 못해도 깨끗은 하다"고 했다. B씨는 또 "기업소 안 나가면 끌려가서 매 맞고, (자아) 비판서를 써야 하기 때문에 일단 나가긴 한다"면서 "생산 원료가 없으면 농촌에 나가서 농사일이라도 도와준다"고 했다.

    40대 남성 C씨는 "이앙기 생산하는 공장에 나갔는데 당에서 폐쇄했다"면서 "(이앙기로 심을) 풀도 없지만 출근만 한다"고 했다. 아무 할 일 없이 일터에 나가기만 한다는 것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소나 농장에서 생산 규율은 거의 무너진 상태다. 북 주민 100명 중 '생산 규율이 거의 지켜지고 있다'는 응답자는 단 1명에 그쳤다. '거의 또는 대체로 변칙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응답이 각각 64명과 22명이었다.

    "장사 안 하면 굶어 죽는다"

    북한 주민 대부분은 장사로 생계를 잇는다고 했다. 중국 식당에서 '사발 까시기(설거지)'로 한 달에 1800위안(약 30만원) 정도를 번다는 여성 D씨는 "북한에선 다들 장사를 한다. 안 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이전에는 장마당에 앉으면 부끄러웠는데 지금은 장마당 안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장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일부 특권층을 제외하곤 D씨처럼 중국에 친지가 있어 도움을 받거나 중국에 나와서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30대 남성 E씨는 "나라에서 뭘 다 못 주니까, (주민들이) 다 자체 생산해서 해결해야 하니까 장사 안 하면 먹질 못한다. 굶어 죽겠는데 장사 안 하겠나"라고 했다.

    그러나 자본이 없는 농민들은 장사할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50대 남성 F씨는 "장사를 해도 간부들에게 고이고(바치고), 군대에서 떼먹고, 안전부에서 먹고, 당 간부 먹고 하면 몇 푼 안 남는다"면서 "농민들은 할 생각을 못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다 장사해서 밥 먹겠다고, 아무거나 팔아서 밥 먹으려고 한다"면서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굶어 죽는다"고 했다.

    주민 상당수가 장사로 생계를 잇고 있는 상황인데 지난 3월 최고인민회의 제13기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는 갑자기 장마당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있었다고 했다. 30대 남성 A씨는 "국가에서 쌀도 안 주면서 장사도 못하게 한다"면서 "으레 (선거 등) 행사 때면 장사꾼을 잡아다가 동네 한 바퀴 (조리)돌리기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50대 남성 G씨는 "지금 백성들이 사는 건 '고난의 행군' 때나 비슷하다"면서 "유엔에서 병원에 약 주면 의사들이 그 약을 다 뽑아서(몰래 빼내) 뒷구멍으로 판다"고 했다. 40대 여성 H씨는 "조선은 농사가 안 돼 식량난이 심하다"면서 "거름도 부족하고 비료도 해결 못 해서 농사를 못 짓는다"고 했다. 또 "개인농이 아니고 협동농장이니까 서로 일 안 하려고 하면서 건들건들 노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한 30대 북한 주민은 "통일이 되면 개인농을 해서 먹고살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 "국가농을 하면 군대 물자다, 공사 동원 물자다, 평양 지원 물자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명목으로 걷어가 타 먹을 게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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