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인사 청문회] 이병기 "머릿속에서 '정치 관여' 네 글자 지워버리겠다"

입력 2014.07.08 03:01 | 수정 2015.02.27 15:30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

가슴 한구석에 사표 품고 국정원 암덩어리 수술할 것
간첩·산업스파이 등 검거 위해 휴대폰 감청 꼭 허용해달라
5·16은 뭐로 보나 쿠데타… 난 朴대통령 최측근 아니야
사전 검증서 질문 200개 보며 차떼기 연루돼 처벌받은 게 결격사유 될 수 있다 생각했다

이병기(李丙琪·67)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난날의 허물을 반면교사 삼아 '정치 관여'라는 네 글자를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리고 원장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탈(脫)정치화' '정치적 중립성'을 국정원의 첫째 과제로 꼽으며 "떠밀려 하는 불가피한 조치로는 안 되고 살아남기 위해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 관여, 확실하게 없앨 것"

이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과거) 국정원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만 일으켜 국민을 실망시킨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의원이 "국정원 대북심리전단이 4대강, FTA 관련 정권 홍보를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맹세코, 최선을 다해서 안 하겠다"고 했다. "가슴 한구석에 사표 써 들고 다니며 남다른 각오로 임할 것"이라며 "말을 앞세우기보다 행동으로 보여 드리겠다"고도 했다.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가 7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입을 굳게 다문 채 의원들 질문을 듣고 있다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가 7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입을 굳게 다문 채 의원들 질문을 듣고 있다. /오종찬 기자
이 후보자는 과거 안기부 도청 사건 등의 여파로 금지된 휴대폰 감청과 관련, "국정원이 앞으로 정치에 전혀 개입하지 않을 각오를 가지고 있다"며 "휴대폰 감청을 허용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니 국회가 협조해 달라"고 했다. 간첩, 산업 스파이, 유괴·납치범, 국제 테러범 등 검거에 휴대폰 감청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대공(對共) 수사권에 대해서도 이 후보자는 "북한이 대남 혁명을 포기하지 않는 한 국가 안보와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위해 대공 수사권은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2008년 이후 체포된 간첩 36명 중 29명(80%)을 국정원이 검거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국정원장의 대통령 대면(對面) 보고는 대통령의 판단을 돕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한다"며 취임 후 대면 보고를 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이 "대북 첩보 활동의 핵심이 '휴민트(Humint·인적 정보망)' 복원인데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라고 묻자 이 후보자는 "그동안 쌓아 왔던 휴민트가 많이 무너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휴민트 확장·보강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朴 대통령의 최측근 아니다"

이 후보자는 "대통령의 최측근이 국정원장으로서 일을 잘하는 데 유리하다고 보느냐"는 야당 의원 물음에 "나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 아니다"면서 "주변에서 도와드린 것은 맞지만 지난 대선 때 선대본부에 이름도 들어가 있지 않았을 정도"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국정원장 지명 통보는 "발표 전날 오전에 받았다"고 했고, 그때 "사전 검증서 질문 200여개를 보면서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정치 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형사처벌받은 건 결격(缺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5·16에 대해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이 평가를 요구하자 이 후보자는 "학술적으로 보나 뭐로 보나 쿠데타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유신 체제에 대해 이 후보자는 "아직 평가하기는 이르다"면서도 "기본권이 과도하게 침해됐고 안타까운 역사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노태우 정부 이후 요직을 두루 거친 것에 대해 "제 인생 살면서 외무부에 한 번 제 뜻으로 들어갔고 나머지는 원했던 자리가 사실 없었다"면서 "어려울 때 어렵다는 말씀, 안 되는 거는 안 된다는 말씀을 드려왔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권력자들) 옆에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에 대해 이날 청문회를 진행한 국회 정보위는 8일 오전 여야(與野) 간 협의 후 대북 관계 등에 대해 비공개 추가 청문회를 거친 뒤 청문 결과 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청문회 시작 직후 새정치연합 박영선 의원이 "누군가 (의원 질의) 자료를 (카메라로) 찍고 있어 확인해 보니 국정원 직원이라고 한다"며 문제를 제기해 약 40분간 정회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국정원 기록용 자료를 제작하기 위해 국회로부터 정식으로 허락을 받고 들어온 국정원 직원으로 확인되면서 청문회가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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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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