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명 구조" 엉터리 보고에… 청와대, 5시간 지나도록 '깜깜'

조선일보
  • 김강한 기자
    입력 2014.07.03 03:01 | 수정 2014.07.03 10:03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해경상황실 녹취록 공개]

    팽목항 상황판에 적힌 숫자, 정보관이 촬영해 차례로 보고
    靑 "VIP 보고 끝났는데 큰일"
    청와대의 오보 추궁에 해경 "모르겠다, 죄송" 되풀이
    해수부장관 의전 위해 구조헬기 무안 이동 지시도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당일 사고 발생 5시간 30여분이 지날 때까지도 생존자가 370명인 것으로 알았던 것은 해경이 '구조선에도 190명이 더 있다'는 미확인 정보를 생존자 통계에 그대로 반영해 보고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이는 2일 해양경찰청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 사고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기관 보고 사흘째 질의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세월호 실제 생존자는 3일 현재 172명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과 우원식 의원은 이날 사고 당일 해경 상황실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해경 상황실은 낮 12시 24분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12시 10분 현재 구조 인원 179명입니다"라고 유선 보고를 했다. 세월호 실제 생존자 수와 비슷한 숫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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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 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방청 중이던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이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게 해경의 부실 대응과 진도VTS 관제소홀 은폐 등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뉴스 9] 세월호 밤샘 국정조사…여야, 해경 '난타' TV조선 바로가기
    52분 만에 생존자 숫자는 갑자기 190명이 늘어난다. 오후 1시 16분 해경 상황실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현재까지 생존자 370명"이라고 보고한 것이다. "진도 행정선에서 약 190명 승선하고 있었다고 하네요"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26분 뒤부터 해경과 청와대 사이에 어이없는 교신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오후 1시 42분 해경 상황실은 다시 청와대와 통화하며 "370이라고 했는데… 약간 중복이 있어 가지고 재차 확인 중에 있습니다"라고 했고, 오후 2시 36분 "166명입니다"라고 정정했다. 당황한 청와대 국가안보실 교신자는 "아이고, 큰일 났네!"라며 "그럼 지금 바다에 있을 가능성도 없고 나머지 310명은 다 배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거 아니에요?"라고 물었다. 이어 "오차가 너무 커서 지금. 아까 190명 구조했을 때 너무 좋아서 VIP(대통령)께 바로 보고했거든"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 그는 "그럼 언론에서 난 것도 다 거짓말이네 그죠?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발표한 것도 해경청에서 보고받아서 발표했을 것 아닙니까. 거기도 완전 잘못 브리핑 된 거네. 이거 여파가 크겠는데"라고 말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숫자가 왜 이렇게 틀렸느냐고 이유를 물었지만 해경 상황실은 "저희도 제대로 파악이 안 돼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녹취록을 공개한 우원식 의원은 "참사 당일 '370명 구조'라는 오보는 해경이 청와대와 중대본에 보고를 잘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당시 청와대는 실종자 안위보다 VIP(대통령)에게 보고를 잘못했던 것을 더 우려했다"고 비판했다.

    특위에 출석한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진도 팽목항에 178명이 구조된 이후에 '190명이 추가로 구조돼 온다'는 소식이 퍼졌고 현장에 설치된 간이 상황판에 누군가 그렇게 적어 놨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이 상황판을 경찰 정보관이 촬영해 해경 정보관에게 알려줬고 이것이 서해경찰청을 통해 인천 본청으로 전달됐다. 본청 상황 보고 담당 직원이 사실 확인 없이 중대본에 나가 있는 담당 과장에게 전파한 것이 오류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광진 새정치연합 의원은 "상황판 글씨 필적도 확인할 수 있을 테고 현장에서 상황판에 숫자를 적을 수 있는 사람도 5~6명뿐일 텐데 두 달이 넘도록 누가 잘못 적어 놨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느냐"고 질책했다.

    사고 당일 해경이 구조 작업에 투입된 헬기를 해양수산부 장관 의전을 위해 무안공항으로 이동시키라고 지시한 사실도 이날 녹취록을 통해 공개됐다. 해경 상황실 녹취록에는 오전 11시 43분에 상황실이 제주해경청에 "무안공항으로 간 김에 유류 수급하고 잠깐 태우고 오라고 그렇게 얘기하네요. 장관 편성 차 간다고 이동한다고는 얘기하지 말고요"라고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날 김석균 해경청장은 세월호 수습이 끝나는 대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청장은 "진작부터 사퇴를 결심했지만 수색과 구조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떠나는 것이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며 "수습이 끝나면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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