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수술 도중 과다출혈로 숨져…대법 "의사 책임 없다" 확정 판결

  • 조선닷컴
    입력 2014.06.26 13:44 | 수정 2014.06.26 15:16

    종교적 신념 때문에 다른 사람의 혈액을 수혈받는 것을 거부한 환자가 수술 도중 숨졌다면 의사를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26일 수술 도중 수혈을 하지 않아 환자를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된 대학병원 정형외과 의사 이모(57)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응급상황에서 생명과 직결된 치료방법을 회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지만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가 생명과 대등한 가치가 있는 헌법적 가치에 기초하고 있다면 환자의 의사도 존중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한 가장 본질적인 권리”라며 “환자가 이런 자기결정권에 따라 구체적인 치료 행위를 거부했다면 의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진료 행위를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의사가 무수혈 방식으로 수술이 가능한지 판단할 때는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 방법인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엄격한 주의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또 환자의 나이와 지적 능력, 가족 관계, 수혈거부라는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게 된 배경과 목적, 확고한 종교적 또는 양심적 신념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씨는 지난 2007년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A(여·당시 62세)씨에게 무수혈 방식으로 인공 고관절 수술을 했다. 수술 도중 혈관 파열로 출혈이 심해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이씨는 A씨를 중환자실로 옮긴 뒤 수혈을 하지 않았고, 이씨는 결국 숨졌다.
     
    A씨는 사망 한 달 전 다른 병원 3곳에서 수혈 없이 수술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씨는 무수혈 방식의 수술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A씨는 수술 전 “수혈을 원치 않는다는 의지가 확고하며 모든 피해에 대해 의료진에게 민·형사상 어떤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책임면제 각서를 썼다.
     
    이에 대해 1·2심 재판부는 “환자가 종교적 신념에 따라 무수혈 수술을 선택했다면 의사가 환자의 결정을 존중해 수혈을 하지 않은 행위는 형법상 피해자의 승낙에 의한 행위에 해당해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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