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2시 55분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야산. 군의 수색을 피해 산속에 숨어 있던 임모(22) 병장은 자신의 왼쪽 어깨와 가슴 사이에 K-2 소총의 총구를 가져다 댔다. 이날 오전 11시 25분부터 약 7~8m 거리에서 투항을 권유했던 임 병장의 아버지 임모(64)씨는 "하지 마.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임 병장은 "다 끝났어요"라고 말한 뒤 방아쇠를 당겼고, 그 자리에 고꾸라졌다.

지난 21일 동부전선 22사단 최전방 소초(GOP)에서 동료들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숨지게 한 임 병장은 탈영 후 사건 발생 약 43시간 만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려 했다. 그러나 자살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임 병장의 아버지·형, 비무장 상태로 투항을 권유하던 특공부대 대령 등 군 간부 3명은 즉각 응급조치를 취하고 임 병장을 구급차와 헬기 등에 실어 강릉아산병원으로 보냈다. 국방부 관계자는 "임 병장은 피를 많이 흘렸지만 오후 6시 5분부터 2시간 40분 동안 수술을 받은 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군 간부 3명, 비무장 상태로 접근

이날 임 병장과 군의 대치는 오전 8시 20분부터 계속됐다. 임 병장은 군의 포위망이 좁혀져 오자 울면서 "아버지와 통화하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특공연대장(대령)과 8군단 헌병대장(대령), 특공연대 중대장(대위) 등 3명은 임 병장이 숨은 곳에서 7~8m 거리까지 접근한 뒤 휴대전화를 던져줬다. 이때 군용 식량과 물, 빵도 함께 건넸다고 한다. 임 병장은 아버지와 통화를 했고 음식도 먹었다고 군은 밝혔다.

임 병장, 총기난사부터 검거까지 사건일지 표

오전 11시 25분쯤부터 임 병장의 아버지와 형도 7~8m까지 접근해 투항을 유도했다. 임 병장은 소총을 스스로에게 겨눈 채 특공부대 간부 및 가족들과 대화를 했다. 임 병장의 아버지는 "부모 심정이 무너진다. 그만두고 자수하라"고 거듭 얘기했고, 임 병장은 "나는 어차피 엄청난 일을 저질렀는데 돌아가면 사형 아니냐?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임 병장은 자살 시도 20여분 전 펜과 종이를 달라고 부탁한 뒤 유서를 썼다.

"1명 수류탄, 4명 총상으로 사망"

이날 국회에선 22사단 총기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한 현장 감식 결과와 부상병들의 진술이 최초 공개됐다. 백승주 국방차관 등 국방부 관계자들은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에서 "현장 감식 결과 장병 한 명은 수류탄 파편으로 사망했고, 나머지 (사망자) 4명은 총상이었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부상병은 수류탄 폭발음을 듣자마자 의식을 잃었으며 총상으로 인한 사망자는 생활관 안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병들은 "공격한 사람이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는 상황이라 혼란에 빠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