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PD·MD(상품기획자)까지 非理 사슬… 뒷돈 적다고 방송시간 새벽으로 옮기기도

조선일보
  • 한경진 기자
    입력 2014.06.24 04:16 | 수정 2014.06.24 10:25

    [비리 끊이지 않는 홈쇼핑업체]
    비상장 주식·高價 그림 받고 수입차 리스비 대납시켜… 뒷돈 받는 방법도 점점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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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화면 캡처
    [뉴스 9] '슈퍼 갑' 롯데홈쇼핑…MD부터 CEO까지 '뒷돈' TV조선 바로가기
    "한 시간에 3만통의 문의 전화가 폭주합니다. 2~3차례 방송으로 전국 매장 1년치 매출을 벌어들일 정도이니 납품 업체는 사활을 걸 수밖에 없어요."

    홈쇼핑 업체에서 10년 가까이 방송을 진행했던 쇼호스트 A씨는 23일 "김치, 청소기, 믹서기 등 중저가 제품으로 홈쇼핑 대박을 쳐 기업인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 얼마나 많으냐"며 "MD(홈쇼핑 상품기획자)는 '수퍼 갑(甲)'인 만큼 납품 업체들은 홈쇼핑사의 무리한 조건도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홈쇼핑에 선글라스를 납품했던 중소기업 사장 B씨는 "홈쇼핑에서 팔다 남은 재고를 소진하느라 고생한 생각을 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고 했다. 그는 "당시 MD와 논의해 황금시간대인 밤 10~11시에 판매할 물량을 무리하게 만들었는데 갑자기 PD라는 사람이 나서서 방송 시간을 새벽으로 옮겨 버려 계획 물량의 20%밖에 팔지 못했다"며 "본부장·PD·MD까지 단계별로 관리하지 않은 탓"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1995년 출범한 국내 TV홈쇼핑 시장은 18년 만에 세계 최대 규모로 컸다. 19년 전 한국홈쇼핑(현 GS홈쇼핑)과 39홈쇼핑(CJ오쇼핑)이 연매출 34억원을 올렸지만 지난해 기준으로는 GS홈쇼핑, CJ오쇼핑, NS홈쇼핑(농수산TV),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홈앤쇼핑 등 6개 업체가 8조7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홈쇼핑 업체가 납품 업체에서 뒷돈을 받는 방법은 더욱 은밀해지고 있다. 지인(知人)이나 처형(妻兄) 친구, 장인 회사 직원 계좌 같은 편법 루트를 동원해 뒷돈을 받거나 컨설팅·모니터링비로 위장해 허위 계약서를 만드는 방법, MD가 지정한 사은품 업체가 비용을 부풀려 사은품을 구입하게 만드는 방법…. 최근에는 수입차 리스비 대납, 비상장 주식 제공 등으로 진화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납품 업체가 기존 30% 방송 수수료에 배송료, ARS 비용, 영상 제작 비용, 황금시간대 편성 수수료를 무리하게 지급하면서 손해를 보면서라도 입점을 원하는 것은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라 홈쇼핑 말고는 마땅한 판매 경로가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구조 때문에 이번 롯데홈쇼핑을 포함하면 최근 2년 사이 6개 홈쇼핑 업체 가운데 5개 업체(CJ오쇼핑 제외)의 비리가 모두 검찰에 적발되기에 이르렀다.

    서용구 한국유통학회 회장은 "홈쇼핑 업계는 품질로만 승부하는 경쟁 시장이 아니라 독과점 구조의 홈쇼핑 업체들과 어떤 인맥을 쌓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결정되는 특수성이 크다"며 "홈쇼핑 시장에 대한 더욱 엄격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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