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치료 위해… 두세달마다 병원 떠도는 뇌졸중 환자

입력 2014.06.19 03:02

[뇌졸중 후유증 13만명… 병원 "수가 낮다" 이유로 퇴원 요구]

집중적 재활 치료 받을 시기에 병원 못 찾아 장애인으로 남아
"공공의료로 간주해 지원해야"

대학교수 한모(62)씨는 2년 전 강의를 마치고 나오다가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고 오른손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지러움이 심해져 대학병원 응급실을 급히 찾았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에서 왼쪽 뇌 안쪽 중앙 부위의 뇌혈관이 막혀 뇌졸중이 발생한 것이 발견됐다. 뇌혈관을 막는 피딱지(혈전)를 녹여 없애는 시술을 받았지만, 결국 오른쪽 팔과 다리에 마비가 왔다.

급성기 치료가 끝나자, 한씨는 재활의학과 병동으로 옮겨졌다. 이후 매일 재활 치료를 받으면서 음식을 삼킬 수 있게 됐고, 얼굴 표정의 좌우 비대칭도 나아졌다. 하지만 재활 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을 시기인 한 달 반 만에 그는 대학병원으로부터 퇴원하라는 말을 들었다. 급성기 뇌졸중 환자가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그의 병원 떠돌이 생활은 시작됐다. 서울과 수도권 대학병원 3군데를 1~2개월씩 돌아가며 입원했다. 수저 들고 밥 먹을 수 있게 되면 보따리 싸고, 휠체어 탈 정도가 되면 다시 짐을 싸는 식이었다. 그렇게 해서 겨우 절뚝거리면서 걷게 됐고, 어눌하지만 말도 할 수 있게 됐다.

갈 곳 없어 헤매는 뇌졸중 환자들

현재 전국의 대학병원이나 대형 종합병원에는 한씨처럼 뇌졸중 급성 치료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할 시기에 병원을 나와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학병원을 돌면서라도 재활치료를 받는다면 '행복한' 경우다.

대다수 대학병원은 재활 의료 수가가 너무 낮다는 이유로 재활병동을 최소한만 운영한다. 국립대병원인 경북대와 전남대병원조차 재활 병상은 10개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대학병원에는 입원해서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등도 이상의 뇌졸중 환자가 긴 줄을 서고 있다. 3개월 대기는 기본이다. 하지만 재활 환자를 2~3개월 입원시켜 치료하면 대학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진료비를 환수당한다. 대학병원은 급성기 질병을 치료하는 곳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니 대학병원은 재활 환자를 내보내고, 환자들은 장애 후유증을 안고 3개월 단위로 떠돌이 신세다. 한 병원에 입원하자마자 다음에 입원할 병원을 수소문해 알아보는 식이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131개 중 재활의학과가 있는 곳도 절반(74곳)에 불과하다.

장애 키우는 재활 치료 시스템

현재 뇌졸중 발생 후 각종 후유증을 앓는 환자는 13만여명이다. 뇌졸중 사망자는 2005년 3만1000여명에서 2012년에는 2만5000여명으로 감소했다. 급성 치료 기술이 발달해 사망자는 줄어드는데, 후유증 환자는 늘어난다는 얘기다. 뇌졸중 후 한쪽 팔다리 마비 환자만 8만8000명이다.이들 대부분이 운동과 언어 기능을 복원하는 재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장애를 키우고 있다. 급성기 다음 아(亞)급성기에 재활 치료를 집중적으로 하는 전문병원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재활전문병원은 서울, 경기, 대구, 부산 등에 4~5개 정도다.

대부분의 환자는 급성 치료 후 대학병원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와서 재활 장비와 인력이 부실한 요양병원에 있다가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기 일쑤다. 경기도 안산의 요양병원에 소속된 한 재활의학과 의사는 "입원 환자 한 명당 포괄적으로 하루 몇 만원씩 받는 요양병원 구조에서는 굳이 재활 치료 장비와 물리치료사를 갖춰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팔다리 마비 환자들에게는 보행 훈련이 필수적인데, 요양병원에서는 침상에서 관절 운동만 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하면 팔다리 마비가 그대로 굳어 여생을 누워서만 지내는 신세가 된다.

대한뇌신경재활의학회 김연희(성균관의대 교수) 이사는 "고령사회를 맞아 뇌졸중 환자가 쏟아질 텐데 이런 시스템으로는 장애인만 양산하게 된다"며 "민간병원이 투자하기 어려운 재활 치료 분야는 공공의료 개념으로 정부가 별도의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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