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게시판의 '신림동 비하 논쟁'

  • 기자 원선우
  • 기자 김경필

    입력 : 2014.06.16 05:38

    "신림역 주변 수준 떨어진다" 재학생 글에 옹호 댓글 쇄도
    "강남 출신 늘어난 탓" 분석… 高학번 학생들 "세대차 느껴"

    서울대 내부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가 때아닌 '신림동 비하 논쟁'으로 들끓었다.

    논쟁의 발단은 지난달 31일 한 재학생이 올린 '신림역 근처엔 왜 이렇게 질 떨어지는 사람이 많죠?'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그는 '신림역 일대는 전반적으로 다른 서울 번화가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느낌이 강하다. 패션과 외모, 머리 모양 등이 전반적으로 저렴해보인다'라고 썼다.

    몇몇 학생이 즉각 '누군가는 이 글을 보며 상처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 하나' '글쓴이는 왜 나름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송두리째 폄하하는가'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이내 '왜 선비인 척하느냐'는 식의 반론에 파묻혔다. 한 서울대생이 '신림역에 모이는 사람들이 저렴하고 불쾌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 아니냐'며 원래의 글을 옹호하자 순식간에 80여개 '추천'이 달렸다.

    논란이 커지자 원래의 글은 다음 날 결국 삭제됐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5000명 가까운 서울대생이 이 글을 읽고 동조 댓글을 수십개 달았다. '신림 자체가 본래 가난한 동네였다'거나 '애잔함이 밀려오는 동네다'라는 내용들이었다. '같은 유흥가라도 강남은 신림과 급이 다르다'며 강남과 직접 비교하는 글들도 잇따랐다.

    고(高)학번 서울대생들은 "과거 이 게시판의 논쟁이 수준 높았던 것은 아니지만 특정 지역을 비하·혐오하는 글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세대 차를 느낀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림동에서 5년간 자취를 했다는 사회학과 4학년 박모(29)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대생 넷 중 하나는 신림동에서 자취를 했다. 학교 주변에 대해 '질 떨어진다'고 말하는 서울대생은 없었다"고 말했다. 신림동은 서울대생 대부분에겐 삶의 터전이자 연대감을 주는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박씨는 "아무래도 강남 출신 신입생이 크게 늘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인문대의 한 교수도 "강남 출신 학생이 늘어나면서 서울대생들이 빈부 격차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요즘 서울대 저학년 학생들은 '죽음의 오각형'이라고 불리는 논술·내신·수능·특기·입학사정관제를 통과하느라 사회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데다 유복한 강남 출신이 많아 빈부 격차에 대한 성찰 대신 '싫다'는 반응만 보이게 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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