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 문안이 한·일 양국 간 물밑 협의를 통해 조정됐다는 내용을 일본 정부가 이번 주 발표할 예정이다. 국가 간 중대 외교 사안에 대한 협의 과정과 세부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겠다는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15일 "고노담화는 일본정부가 자체 판단해 발표한 것"이라며 "담화를 훼손할 경우, 강경 대응하겠다"고 했다.
고노 담화는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일본군위안부 관련 정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위안부 모집 과정에 일본 관헌(官憲)이 가담했고, 군(軍) 관여하에 여성에게 상처를 입혔다"고 밝힌 담화다.
일본 정부는 이번에 고노 담화가 사실상 한국 측 요청에 따라 작성된 것처럼 발표함으로써 위안부 강제 동원의 사실성을 부정할 심산인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는 고노 담화 검증팀을 지난 2월부터 가동해 왔다. 법률가, 언론인 등 5명으로 꾸려진 고노 담화 검증팀이 이번 정기 국회 회기 만료(6월 22일)를 앞두고 제출할 검증 보고서에는 '담화 작성 당시 일본 정부 관계자가 한국 정부 당국자와의 물밑 협의를 통해 문안을 조정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위안부 모집을 했다'는 담화 문구는 애초 일본 측 초안에는 '군의 의향을 받은 업자'라고 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이 '군의 지시를 받은 업자'로 수정하라고 요구하자 일본이 '군 지시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없다'며 난색을 표하다가, 결국 양국 협의를 거쳐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로 수정됐다는 내용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국제정치학)는 "국가 간에 외교 현안을 협의하고 조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일본이 고노 담화 작성 과정을 일방적으로 공개하겠다는 것은 '고노 담화는 한·일 간 정치적 타협의 결과물'이라는 식의 결론을 내려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노 담화는 근거가 없고 작성 경위에 문제가 있다는 인상을 주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 외교부는 이날 "고노 담화는 기본적으로 일본 정부의 자체 조사와 판단을 기초로 발표한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담화 검증이라는 구실하에 이 담화를 훼손하는 검증 결과를 발표할 경우,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역사적 진실과 책임에 대한 국내외 권위 있는 입장과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시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