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Pub]미국 FBI가 공개한 중국의 첩보방법, “卒들의 전쟁”(Game of Pawns)

입력 2014.06.14 11:22 | 수정 2014.06.14 11:30

실제 중국의 첩보활동에 이용된 글렌 더피 쉬리버 씨가 FBI 동영상에서 말하는 모습이다.
실제 중국의 첩보활동에 이용된 글렌 더피 쉬리버 씨가 FBI 동영상에서 말하는 모습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국정원'이라는 단어를 치면, 연관검색어로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원 선거개입, 국정원 간첩조작사건 등과 같은 단어들이 줄줄이 따라 나온다.

지난 3월10일자 문화일보 사설, ‘수준 이하’ 국정원 대공(對共)역량·지휘부 전면 쇄신해야…에서도 “국정원의 존재 이유 자체와도 다름없는 대공(對共) 정보·수사·공작 역량이 ‘수준 이하’임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라면서 국정원의 대공능력을 질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18대 대선 당시 불거진 국정원 댓글사건 이후 국정원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미 연방수사국 (FBI: 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이 지난 4월 14일, FBI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기사, '卒들의 전쟁 (Game of Pawns)'이 눈에 띈다. 본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중국의 첩보방식이다. 이 기사는 중국의 스파이로 당신도 이용당할 수 있다며 주의를 요하고 있다.

중국의 스파이로 당신도 이용당할 수 있다

기사는 실화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글렌 더피 쉬리버(Glenn Duffie Shiriver, 실명)는 24세의 미국 대학생(미국 국적)이다. 그는 3년 전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중국 상하이에서 여느 대학생들처럼 해당 지역의 대학교를 다니며 지냈다. 글렌과 같은 미국 대학생들은 현지에서 향수병(鄕愁病)을 달래기 위해 유흥으로 돈을 썼고, 학비를 내기도 어려운 실정이었다. 또한 중국에서 체류하기 위한 비자도 문제가 됐다.

그러던 중 그는 인터넷에서 ‘보고서 작성을 해주면 한 장당 120달러(미화)를 준다’는 중국 정부의 광고를 보았다. 돈이 필요했던 글렌은 광고의 연락처로 연락해 중국정부관계자(가명: 아만다)를 만난다. 중국관계자는 그에게 ‘중국과 미국의 관계개선을 위한 미국인들이 바라보는 시각’을 주제로 보고서를 써달라고 요청했다. 글렌이 보고서를 제출했고, 약속대로 해당 보고서의 대가를 현금(미화)으로 지불해 주었다. 그런 식으로 글렌은 몇 차례 보고서를 더 제출했고 돈을 받았다.

그러던 중 중국 정부관계자(아만다)는 자신의 상급 관료인 퉁(가명)씨를 만나게 해준다. 그리고 글렌은 퉁으로부터 당신의 학비를 전액 지원해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그러면서 당신이 지금까지 써 준 보고서들의 가치가 남다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댄다. 글렌은 이에 응하고 중국정부가 지원해주는 돈으로 중국 현지대학의 학비를 낸다.

그 후 글렌에게 미국 정부에 취직을 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다. 글렌이 미국정부에 지원을 하는 동안 드는 학비와 필요한 돈은 중국정부에서 다 지원해주었다.

그가 학업을 마칠 무렵, 중국정부는 글렌에게 미 중앙정보국(CIA: Central Intelligence Agency)에 지원해 볼 것을 권유한다. 결국 글렌은 중국정부의 권유로 CIA 입사 시험에 응시하게 된다.

그런데 CIA의 입사시험 중 하나인 거짓말탐지기(Polygraph test)에서 글렌은 고전한다. 지원시험을 치르던 중 불안함을 느낀 글렌은 곧바로 시험을 포기하고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러나 글렌은 미국을 벗어나기 직전 CIA 요원들에 의해 체포되었다.

현재 글렌은 중국정부를 도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시도했다는 명목으로 4년형을 받고 미 연방구치소에서 복역 중이다.

유학생 학비 지원 후 정보기관 입사 권유

FBI는 이와 유사한 중국의 첩보활동이 글렌 외에도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FBI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외국으로 유학을 떠난 미국의 학생들은 총 28만 명이다. 글렌과 같은 학생들은 자신이 미국을 공격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스파이 짓에 가담하게 된다는 것이 문제라고 FBI는 경고하고 있다.

그러면서 글렌과 같은 순진한 대학생들은 ‘중국의 ’졸(卒)‘들로 이용당한 것’이라고 비유했다. 글렌은 해당 기사내용과 함께 개제된 경고 영상물의 말미에 직접 출현해 자신과 같은 사람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며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중국의 이러한 첩보작전은 2003년 이중스파이로 발각된 ‘카트리나 렁 (Katrina Leung)’ 사건 이후 발생한 것으로, 중국의 첩보방식이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카트리나 렁 사건은 미국사회에 당시 큰 충격을 주었다.

중국 광저우 출생의 카트리나 렁은 1970년대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녀는 코넬대학(Cornell University)과 시카고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미국 시민권을 받았다. 그리고 미국 수뇌부인 연방수사국(FBI)에 취업했다.

그녀는 FBI의 직원으로 일하면서 중국에 수많은 주요 정보들을 제공했다. 그녀는 자신의 정보수집능력을 높이고자 FBI의 주요 요직자, 제임스 스미스와도 내연관계를 이뤄 더 많은 주요 정보에 접근하였고, 이를 중국으로 빼돌리는데 성공했다. FBI에 따르면, 카트리나 렁은 1982년부터 2000년까지 중국과 사전 스파이활동에 대한 협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사건은 미국정부에 있어, 외국계 미국인들의 고용확대 분위기와 사회진출에 찬물을 끼얹는 전환점이 되었다. 해당 사건이후 FBI를 비롯한 미국정부 채용에 지원하는 중국계 미국인 지원자들에 따르면, 중국계 미국인의 취업활로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당시 미국은 카드리나 렁 외에도 미국 수뇌부에 진출한 중국계 미국인 중 이중스파이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바 있다. 카트리나 렁 사건이 놀라웠던 점은 이중스파이 역할을 한 그녀가 몇 십 년 전부터 계획적으로 미국에서 살면서 준비한 뒤 미국 수뇌부에 진출한 스파이라는 점이다.

이번 '졸들의 전쟁' 사건은 카트리나 렁과 같이 기존 중국계 미국인의 미국 수뇌부의 진출방식이 어렵다고 보고, '졸들의 전쟁'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수법은 중국계 미국인(이민자)에 비해 이질감이 적은 미국인이 직접 미국정부에 진입해 정보를 빼돌리도록 하는 수법으로 종전에 비해 진화된 휴민트(Humint: Human Intelligence,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첩보활동)이다.

이번 FBI의 졸들의 전쟁 기사에 대해 중국도 맞대응을 하고 있다. 중국의 이슈와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웹사이트, 오프빗 차이나(Offbeat China)는 중국의 주요언론사인 CCTV(중국중앙텔레비전)와 글로벌타임스의 기사를 개제해 미국 FBI의 기사, ‘졸(卒)들의 전쟁’에 똑같이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언론에 개제된 기사의 주요 내용은 미국에 있는 중국 대학생들에게 접근해 오는 미국 첩보기관이 이들에게 스파이 활동을 할 것을 권유했다는 것이다.

해당 기사에는 실제 피해자라고 밝힌 쑤펭(Xu Peng)씨의 경험담을 인터뷰형식으로 작성한 것이 마치 이번 FBI가 올린 기사 내용과 똑같다. 마치 중국판 졸들의 전쟁을 중국정부에서 만들어 오히려 중국이 미국의 피해자가 됐다고 말하는 셈이다. 당시 외국계 기업 관계자로 위장한 미국의 첩보기관 관계자들이 중국인 대학생들에게 중국정부 시험에 응시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중국도 미국의 기사 내용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격으로 똑같이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유우성 간첩사건으로 또 다시 불거진 국정원의 능력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FBI가 공개한 중국의 첩보방법이 눈여겨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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