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춘계대학축구연맹전 결승전에서 박주호가 한양대 선수들을 상대로 드리블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학축구연맹

2005년 가을이었다. 당시 숭실대를 이끌던 윤성효 감독은 친구인 양승운 광운전자공고 감독의 전화를 받았다. 에이스 박주호 때문이었다. 광운전자공고는 광운대와 같은 광운학원 산하였다. 축구부의 에이스는 보통 광운대로 진학했다. 그런데 박주호는 달랐다. 숭실대를 고집했다. 양 감독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사정을 들은 윤 감독은 나지막히 말했다. "그래도 우짜겠노. 선수 뜻이 우선이지. 내가 잘 키워보꾸마. 걱정하지 마래이." 윤 감독은 속으로 '기특한 놈'이라면서 씨익 웃었다.

2006년 춘계대학축구연맹전 결승전에서 박주호가 한양대를 상대로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학축구연맹

▶첫 만남

2006년 춘계대학축구연맹전 결승전에서 박주호가 한양대를 상대로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학축구연맹

박주호와 윤 감독은 2003년 여름 수원 클럽하우스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2000년 수원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윤 감독은 수원의 2군 코치를 맡고 있었다. 그 때 박주호가 수원 클럽하우스에 왔다. 당시 수원 사령탑이었던 김 호 감독은 수원의 재목으로 키울 어린 선수들을 물색했다. 박주호가 레이더에 걸렸다. 방학만 되면 수원 클럽하우스에서 숙식을 하며 훈련했다. 이 때 윤 감독과 박주호는 친해졌다. 윤 감독은 큰 형처럼, 때로는 아버지처럼 고등학생 박주호를 챙겨주었다. 방학이 끝나고 수원 클럽하우스를 떠나는 날 박주호는 선언했다. "코치님. 저는 코치님 계시는 곳에서 계속 축구할 겁니다."

박주호(오른쪽에서 네번째 11번) 2006년 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전국대학축구선수권대회에서 숭실대가 우승한 뒤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대학축구연맹

3년 후 박주호와 윤 감독은 수원이 아닌 숭실대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다. 2004년 차범근 감독이 수원 지휘봉을 잡았다. 윤 감독은 수원을 떠나 숭실대로 왔다. 박주호는 광운대로 가지 않고 숭실대를 선택했다. 박주호는 금세 주전자리를 차지했다. 윤 감독과의 궁합도 맞았다. 박주호는 윤 감독이 원하는 플레이를 100% 그라운드 위에서 해냈다. 숭실대의 무적 시대가 열렸다. 숭실대는 2006년 대학선수권대회 우승, 춘계연맹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도전

2006년 여름이었다. 숭실대를 이끌던 윤 감독은 박주호를 불렀다. "주호야. K-리그 모구단에서 너를 영입하고 싶어한데이. 그리 큰 구단은 아닌데 니는 우째 생각하노? 가고 싶나?" 박주호는 대답은 거침없었다. "감독님. 아직 저는 부족한 것이 많아요. 감독님 밑에서 더 배우고 난 뒤에 도전하고 싶어요.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요." "맞나. 알았데이. 그라자 마. 내가 더 가르쳐줄 것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함 같이 해보자."

탁월한 선택이었다. 윤 감독 아래에서 박주호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박주호는 2007년 캐나다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에서 기성용 이청용 하태균 이상호 등과 함께 뛰었다. 2무1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경기력만은 최고였다. 주장 박주호를 향한 관심은 대단했다. 탐내는 구단들이 줄을 섰다. 박주호로서는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구단으로 가면 되는 상황이었다. 일본의 유명 구단과 입단 협상을 벌였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메디컬 체크에서 허리 부상이 드러났다. 계약은 없던 일이 됐다.

박주호는 이후 6개월간 쉴 수 밖에 없었다. 다친 허리를 교정했다. 그 사이 박주호에게 관심을 보이던 구단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2007년말 J2-리그의 미토에서 영입제의가 왔다. 박주호는 과감하게 미토 입단을 결정했다. "감독님. 이제 제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습니다. J2-리그지만 주전으로 뛸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겁니다. 도전하겠습니다." 윤 감독은 별다른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2008년 초 박주호는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박주호의 도전은 계속 됐다. 미토에서 한시즌을 뛴 뒤 2009년 가시마 앤틀러스로 이적했다. 2010년에는 주빌로 이와타로 옮겼다. 옮길 때마다 윤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다. 2011년 여름 박주호는 다시 윤 감독에게 전화를 했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스위스 명문 FC바젤에서 영입 제의가 들어왔다. 주빌로에서는 거액의 연봉으로 박주호를 붙잡으려 했다.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윤 감독의 대답은 간단했다. "니 자신에 대해서는 니가 제일 잘 알기라. 어디를 가든지간에 잘할테니까 걱정하지 마래이. 그냥 생각대로 길을 걷거래이." 박주호는 아무런 미련없이 바젤로 떠났다. 바젤에서 마인츠로 이적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박주호는 항상 윤 감독에게 조언을 구했다.

▶감독의 마음을 읽어라

윤 감독에게 5월 월드컵 최종엔트리 발표는 가슴 아픈 순간이었다. 당연히 월드컵에 갈 줄로만 알았던 박주호는 부상으로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윤 감독은 박주호에게 '부상이라서 어쩔 수 없다. 실망하지 말고 일단 재활 훈련에 매진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빠른 쾌유를 빌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박주호의 회복 속도가 빨랐다. 동시에 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가 다쳤다. 홍명보 감독은 고심 끝에 다친 김진수 대신 박주호를 선발했다. 윤 감독은 뿌듯함을 느꼈다. 그렇지만 따로 연락 하지는 않았다. 윤 감독은 지면을 빌어 박주호에게 조언을 했다.

"주호야. 일본과 스위스, 독일에서 뛰면서 충분히 경험은 쌓았제. 니가 할거는 하나 밖에 없다 아이가.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해야 된데이. 내가 아는 주호는 잘 할거니까 더이상 잔소리는 안 할란다. 파이팅."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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