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현재 난마처럼 얽힌 국제 정세를 돌파하기 위해 2500여년 전 '손자병법'의 지혜를 빌리고 있다고 홍콩 동방일보가 10일 보도했다.
손자병법은 '최고의 군사 전략은 적의 계략을 깨는 것(伐謀), 둘째는 적의 외교를 깨는 것(伐交), 셋째는 적의 병력을 깨는 것(伐兵), 적의 성을 공격하는 것(功城)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적고 있다. 홍콩 동방일보는 중국이 미국의 계략을 깨고(中美伐謀), 일본의 외교를 공격하며(中日伐交), 베트남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中越伐兵)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신(新)외교 전략인 '삼벌(三伐) 정책'이 손자병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제후국이 혼전(混戰)을 벌이던 춘추전국시대의 병법을 다극화하는 현재 국제 관계에 적용했다는 분석이다.
미·중 관계는 미국의 '아시아 복귀' 전략과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전략의 대결로 요약된다. 미국은 중국 주변의 동맹국에 군사력을 증강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로 경제적 유대를 강화해 중국을 포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신형대국관계를 내세워 미국과 경제·환경 등에서 협력을 모색하면서도 영토·주권 문제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매체는 "신형대국관계는 중국이 완전히 굴기(崛起)할 때까지 몸을 낮추겠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숨어서 힘을 기른다)'적 태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주요 2개국(G2)으로 자리 잡은 미·중은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면서도 패권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최근 미국을 배제한 아시아 안보 협력기구 창설을 공식 제안했다.
중국은 일본이 동중국해 댜오위다오(釣魚島)를 국유화하려고 시도한 이후 '반일(反日) 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 '중국 위협론'을 부각하며 이에 맞서고 있다. 중·일은 올해 아프리카와 유럽에서 대결했다. 지난 1월 아베 일본 총리가 아프리카 순방을 다녀오자 중국은 리커창 총리를 아프리카로 보내 대규모 원조를 약속했다. 지난 3~4월 시진핑 주석의 유럽 4개국 순방이 끝나자마자 아베 총리는 유럽 6개국을 다녀왔다. 최근 중·일은 새로 집권한 인도 모디 총리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 중이다. 중국은 반성 없는 일본의 과거사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한국과 동남아 국가의 팔을 당긴다. 현재 중국과 일본의 고위급 교류는 거의 중단 상태다.
중국은 국력이 강한 미국, 일본과는 직접적 대결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는 베트남·필리핀을 군사적으로 강하게 압박한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1일 중국이 남중국해 시사(西沙·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에 군함 2척을 추가로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은 석유 시추를 막으려는 베트남 선박의 공세를 군함 6척의 무력으로 저지하고 있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미·중·일이 무력 충돌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굴기하는 대국(大國) 옆에 있는 소국(小國)이 대국을 화나게 하면 얻어맞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