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세계은행 안팎에선 "김용 총재가 출장을 갈 때마다 비싼 전용기를 타고 다닌다"거나 "김 총재가 은행 돈으로 최고급 턱시도를 구입했다"는 괴담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 같은 괴담은 세계은행의 관료주의를 대수술하려는 개혁에 저항하는 일부 세력이 퍼뜨린 근거 없는 헛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 보도했다. 김용 총재와 세계은행 '철밥통 관료'들이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2012년 취임한 김 총재는 오는 7월 세계은행의 구조를 대대적으로 수술한다. 세계의 빈곤 퇴치를 위해 1945년 설립된 세계은행은 그동안 중동·아프리카, 동아시아·태평양, 남아시아, 중남미 등 6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을 담당하는 지역국 형태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부처 간 '칸막이 현상'이 심해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예컨대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남부 지역에 모바일 뱅킹 사업을 시작할 때 이미 경험이 있는 중남미가 관련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식이었다. 이후 이런 문제점을 파악한 김 총재는 조직을 기후변화·무역·지배구조·거시 등 14개 기능별로 재편하기로 했다. 이번 개편으로 전체 직원 1만5000여명 가운데 6000여명의 업무가 바뀌게 된다. 이에 대한 직원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김 총재는 또 경비 절감의 칼도 빼들었다. 주인 없는 조직으로 '글로벌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세계은행의 운영 예산 8%(4억달러)를 줄여서 각국 지원금으로 쓰겠다고 했다. 188개 회원국으로 출장이 잦은 세계은행 직원들은 그동안 직급에 관계없이 해외 출장을 다닐 때 이코노미석보다 서너 배 비싼 비즈니스석을 탔다. 김 총재는 이를 바꿔 비행시간이 일정 시간을 넘는 경우에만 비즈니스석을 탈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또 5년 이상만 근무하면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는 퍼주기식 연금 제도도 개혁하기로 했다. 직원들에 대한 주차비 보조액도 삭감하기로 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세계은행의 노력에 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였다.
조직 개편과 복지 축소에 불만을 품은 세력은 자극적이고 교묘한 루머로 '김 총재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불만을 품은 직원들의 발언을 인용해 "김 총재가 임원 48명의 일괄 사표를 받아 3명의 사표를 수리하는 등 비용 절감을 추진하면서 본인은 전용기로 출장을 다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세계은행은 "김 총재 출장의 90% 이상은 일반 여객기였고, 아프리카 오지처럼 노선이 없는 곳을 방문할 때만 전용기를 탔다"고 반박했다.
일부 불만에도 김 총재의 개혁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세계은행 이사 출신의 이안 솔로몬은 "세계은행은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저개발국에 대한 경제를 지원하는 곳"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