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安 후보자, 번 돈 내놓는다고 공직 적폐 척결 자격 생기겠나

조선일보
입력 2014.05.27 03:02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26일 지난 1년간 변호사로서 벌어들인 실수입 11억여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수입 규모에 대해서는 "변호사로서 최선을 다한 결과"라면서도 "그렇다 해도 국민 정서에 비추어 너무 많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 재산이 (국가 개조에)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개혁은 저부터 하겠다. 모든 것을 다 던지는 마음으로 국가와 사회를 위해 살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장, 대법관 출신인 안 후보자는 대법관 퇴임 1년 후인 작년 7월 변호사 사무실을 열어 연말까지 불과 5개월 동안에만 16억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올린 수입이 얼마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전관예우를 받지 않은 일반 변호사였어도 이런 막대한 수입을 올릴 수 있었겠느냐는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안 후보자의 수입 중에서 기부금으로 냈다는 4억7000만원도 그중 3억원은 총리 후보 내정 직전에 낸 것이라고 한다. 안 후보 측은 "실제 기부 집행은 내정 직전이지만 협의 과정은 그 전부터 진행됐다"고 해명하지만, 안 후보가 총리 내정 전후로 기부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모습을 보며 재벌 총수들이 법원에서 실형 판결을 받기 직전에 급하게 수백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하는 장면을 떠올리는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현직 관료들이 전직 선배 관료에게 전관예우를 해주면서 규정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은 것이 한 원인이 됐다. 그래서 청와대는 안 후보자 내정 이유에 대해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공직사회의 적폐를 척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국가 개조를 추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안 후보자도 "제게 국무총리의 역할을 맡기는 이유는 수십 년 동안 쌓여온 적폐들을 일소하고 개혁을 추진하라는 뜻"이라고 했었다. 공직의 적폐와 비정상적 관행의 핵심이 바로 전관예우다.

오랫동안 구조화된 적폐를 없애는 과정에선 온갖 저항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 저항을 뚫고 나가려면 개혁의 선두에 선 사람이 전관예우 척결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 아니면 안 된다. 그 사람 자체가 강력한 명분과 추진력, 국민적 공감대의 출발점이 돼야만 한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이 안 후보자를선택한 것도 그의 청렴·강직한 이미지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안 후보자는 전관예우로 일반 국민은 상상할 수도 없는 거액을 벌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안 후보자가 번 돈을 모두 내놓는 것으로 그런 의심이 씻은 듯 사라져 그가 전관예우 척결의 선두에 설 명분이 생길까. 아니면 고위 공직 출신은 높은 자리 제의가 오면 번 돈을 내놓으면 그만이고, 제의가 없으면 계속 전관예우를 받아 돈을 벌면 되느냐는 개탄이 나올까. 개혁은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성공한다. 그런 동력은 안 후보자가 이날 택한 방식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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