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터미널 화재로 40여 명 死傷, '세월호' 이후 바뀐 게 없다

조선일보
입력 2014.05.27 03:02

26일 오전 9시쯤 경기도 고양시의 고양종합터미널 지하 1층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했고 27분 만에 불길이 잡혔지만 유독가스가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타고 순식간에 건물 1~2층까지 번지면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지하 1층 식당가에서 입점(入店)을 앞두고 점포 인테리어 공사를 하던 중 용접 불꽃이 건축 자재에 튀어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고양종합터미널은 지하 5층, 지상 7층 건물로 대형마트(지하 2층)와 1200석 규모 영화관(지상 5~7층)을 비롯해 판매시설, 사무실, 터미널 대합실과 매표소 등이 들어서 있다. 당시 공사 중이라 에스컬레이터 앞에 설치돼 있던 연기 확산 방지용 방화 커튼 일부를 떼어놨다고 한다. 공사 중 방화 커튼을 떼려면 그걸 대신할 만한 안전 조치를 해놔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용접 작업 도중 불티가 건축 자재로 튀어 화재로 번진 사고가 매년 수백 건에 달한다. 2008년 12월엔 경기도 이천시 서이천물류센터에서 용접 작업을 하다가 불이 나 8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산업안전 관련 법령에는 통풍·환기가 잘 안 되는 장소에서 용접 작업을 할 때는 불티가 튀는 것을 막는 덮개와 방화포를 설치하게 돼 있다. 또 작업장 주변에 화학성 물질이 있는지 확인하고 수시로 공기 중 인화성 물질의 농도를 측정해 일정 농도 이상이면 작업을 중단하고 환기를 해야 한다. 그러나 작업 현장에선 이런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선진국에선 용접 같은 위험 작업을 할 때는 사전에 소방 당국에 안전 대비 상황을 보고한 후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이번 화재 사고를 보면 우리 사회의 안전 의식이 세월호 참사 이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대피구가 미로처럼 얽혀 있는 복합 상영관에서 영화를 볼 때 화재가 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본다는 사람들도 있다. 정부가 안전 관련 부처 조직을 키우고 마피아 같은 관료 집단만 수술하고 나면 '안전한 대한민국'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현장에서 안전을 무시하는 가치관과 분위기가 바뀌지 않으면 언제 어떤 참사가 또 발생할까 늘 가슴 졸이며 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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