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대표 은행 The Bank of East Asia는 홍콩 1위 은행이지만 2011년 초, 중국 사업에 실패를 고하고 철수했습니다. 자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는 무수한 기업들이 이처럼 중국에서는 고전을 거듭하다 조용히 사라집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낭패를 당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바로 네이밍입니다. The Bank of east Asia는 한자로 하면 동아은행(東亞銀行),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은행이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이 이름이 뭐가 문제냐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중국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중국인들에게 ‘東亞(동아)’는 다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20세기 초 일본이 중국을 침략했을 때, 일본 사람들은 중국 사람을 가리켜 동아병부(東亞病夫), 즉 동아시아의 병든 사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후 중국 사람들은 ‘동아’라는 말만 들어도 ‘동아병부’가 저절로 연상돼, 분노의 감정이 생깁니다. 이런 브랜드명으로 중국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는 당연히 어렵겠지요.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듯한 네이밍이지만 결국 처참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기업들이 중국 진출 전략과 시장조사, 마케팅 등에 못지않게 고심해야 할 것이 중국어 브랜드 네이밍입니다. 그러나 많은 우리나라 기업이 이것을 놓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한자에 있습니다. 서양기업은 중국에 진출할 때 반드시 한자로 된 브랜드를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을 합니다. 예를 들면, 코카콜라는 중국어로 ‘맛있고 즐겁다’는 뜻의 커코우커러(可口可樂), 나이키는 ‘튼튼하다’는 뜻의 나이커(耐克)를 중국에서 브랜드명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같은 한자권에 있는 한국과 일본의 기업은 잘못된 네이밍을 할 때가 많습니다. 기업 이름을 그대로 한자로 쓰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실제로 중국어 네이밍에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국의 한자는 한국이나 일본의 한자와 다르게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자국에서 크게 성공한 브랜드가 중국에서는 소비자의 호응을 얻지 못하거나 오해를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본국에서 사용되는 한자 기업명이 중국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일본의 마쓰다자동차는 한자로 松田이라고 씁니다. 마쓰다는 처음에 일본 한자 그대로 중국 시장에 론칭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던 이 이름이 중국에서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松田의 중국어 발음은 송톈(song tian)으로, ‘하늘나라로 보낸다’라는 뜻의 送天과 성조만 다를 뿐, 중국어 발음이 같습니다. 하늘나라로 보내는 자동차라니, 누가 타고 싶겠습니까.
그나마 마쓰다는 이를 빨리 깨닫고 네이밍을 바꿨습니다. 마쓰다라는 발음을 그대로 살려 마쯔다(馬自達), 즉 ‘가고 싶은 곳에 간다’라는 의미를 담아 네이밍을 다시 했습니다. 발음도 살리면서 자동차를 이용해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준 것입니다. 마쓰다는 이름을 이렇게 바꾼 후에야 중국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둘째, 만약 본국에서 사용하는 기업명을 중국어로 바꿨을 경우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거나 특별한 의미가 없다면 기존 이름을 과감히 버리고 중국 맞춤형 기업명을 새로 만드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이와 관련해 성공 사례로 꼽히는 기업이 초코파이로 세계를 제패한 우리나라의 오리온입니다. 오리온은 원래 동양제과로 알려졌는데, 동양은 한자로 쓰면 東洋입니다.
한국에서는 동양을 서양의 대립어로 사용하고 있지만 중국은 아닙니다. 중국에서 동양은 일본을 뜻합니다. 일본 침략 시대에 중국 사람들은 일본 사람을 東洋鬼子, 동쪽에서 온 악령들라고 불렀기에, 중국에서 ‘동양’이라는 말은 좋지 않은 일본 이미지를 연상하게 만듭니다. 다행히 오리온은 이런 중국 문화를 이해한 탓인지 오리온과 비슷한 발음인 하오리유(好麗友)를 사용했습니다. 중국어로 ‘좋은 친구’란 뜻입니다. 이름이 주는 친근함이 맞물리며 오리온은 중국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이랜드도 중국 진출에 성공한 기업입니다. 1997년에 25억원의 매출을 올린 중국 이랜드는 중국 진출 16년 만에 1000배 성장했습니다. 2012년 중국 매출은 무려 2조원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랜드는 글로벌 브랜드와 입지를 나란히 할 정도로 중국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랜드도 네이밍으로 성공했습니다. 이랜드의 중국어 이름은 ‘이롄’(衣戀)입니다. ‘옷과 사랑을 나눈다’는 뜻입니다. 한국어 이랜드의 발음도 살리면서 이랜드의 업종과 가치까지 잘 전달할 뿐만 아니라 입에도 금방 익숙해지는 이름입니다.
중국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화장품 브랜드 미샤도 브랜드 네이밍의 성공 사례로 꼽을 수 있습니다. 미샤는 발음을 활용해 중국 이름을 美思로 쓰고, ‘메이쓰’라고 읽습니다. 한국의 미샤와 비슷한 발음으로 ‘아름다움을 고민한다’라는 뜻입니다. 발음도 살리고 가치도 보여주는 성공한 이름입니다.
브랜드 네이밍은 중국 진출을 위해 가장 먼저 세워야 하는 전략입니다. 중국의 문화와 중국 사람의정서를 충분히 이해한 후 브랜드네이밍 전략을 세우십시오. 바로 여기에 중국 진출 성공의 첫 단추 끼우기가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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