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줘요" 학생 문자에… 새벽에도 출동하는 '학주쌤(학생 주임 선생님)'

조선일보
  • 최윤아 기자
    입력 2014.05.22 02:58

    [서울 광양중 곽은주 생활교육부장]

    學暴에 떠는 학생들 보호하려 휴대폰을 '24時 신고전화'로 활용
    문제아 돕는 1박2일 캠프도 운영… 옆 학교에도 열혈 선생으로 소문

    "옆 학교 언니들이 오늘까지 2만원을 가져오래요. 무서워요, 선생님."

    2009년 10월 어느 일요일 아침, 서울 광양중 곽은주 교사는 2학년 윤지(가명)로부터 한 통의 신고전화를 받았다. 윤지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윤지는 벌써 3개월째 한 학년 위 여자 선배에게 돈을 '상납'하고 있었다고 했다. 곽 교사는 윤지에게 '○○시장에서 돈을 주겠다며 유인하라'고 일러두고선 뛰어나갔다. "골목에서 형사처럼 잠복하고 있다가 이때다 싶을 때 불량 학생의 뒷덜미를 낚아챘어요. 옆 학교 생활부장 교사에게 학생들을 인계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찌나 떨리던지…."

    곽은주 서울 광양중 교사가 광진구의 한 댄스학원에서 ‘방송댄스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곽 교사는 댄스 동아리를 통해 아이들과 교감하고 2009년부터 6년째 생활교육부장을 맡아 학교 부적응 학생을 지도해 오고 있다.
    곽은주 서울 광양중 교사가 광진구의 한 댄스학원에서 ‘방송댄스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곽 교사는 댄스 동아리를 통해 아이들과 교감하고 2009년부터 6년째 생활교육부장을 맡아 학교 부적응 학생을 지도해 오고 있다. /김지호 객원기자
    곽 교사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1년 365일 24시간 내내 '7928(친구의팔) 신고전화'를 운영하고 있다. 이 번호는 곽씨가 처음 이 학교 생활교육부장을 맡던 2009년 직접 고안한 번호다. '×××-××××-7928'. 학교 폭력을 겪고 있거나 목격하면, 친한 오빠 혹은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언제든 손을 내밀어 달라는 뜻에서 선택한 전화번호다.

    신고전화라고 해봤자 2009년에 산 구식 2G폰일 뿐이지만, 이 휴대폰은 지난 6년간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이 학교 학생들에게 '구원의 밧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동급생 사이에서 왕따를 당해 곽 교사에게 상담받았던 지현(가명·14)이는 요즘도 어려운 일이 생기면 곽 교사를 찾는다. "곽 선생님을 싫어하는 애들조차도, 곽 선생님에게 신고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현이 말처럼 이 휴대폰에는 '교복치마 잃어버렸어요' '3학년 A와 B가 복도에서 뽀뽀해요'와 같은 사소한 신고부터 '○○빗물펌프장에서 3학년 남자애들이 피 흘리며 싸워요' 같은 학교 밖 폭력 사태까지 다양하게 신고가 들어온다.

    "순수하게 학교 폭력과 관련된 신고는 한 달에 10건 정도예요. 적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보복당할까 봐 오프라인에서는 신고 못 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주말도, 퇴근도 없이 24시간 휴대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산 지 6년째. '그런다고 월급 더 받느냐'며 가족들로부터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곽 교사는 휴대전화를 꺼둘 수 없다고 했다. 곽 교사는 "새벽 2시에 경찰서에 잡혀가도 도움을 청할 어른이 없어 이 신고전화로 와달라고 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어떻게 휴대폰을 꺼두겠느냐"고 했다.

    생활교육부장 업무에 누구보다 열의를 쏟는 곽 교사지만, 처음부터 이 업무를 자원해 맡은 건 아니었다. 생활교육부장은 드센 아이들, 제 자식만 감싸고 도는 학부모에게 시달리는 업무라 여겨져 대부분의 교사가 기피한다. 곽씨도 피하고 싶었지만, 이미 몇몇 교사가 이 업무를 거절한 뒤여서 거절할 수가 없었다.

    곽 교사는 '기왕 하기로 한 거 제대로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소위 '문제아'들을 모아 1박2일 캠프를 다니고, 학생의 끼를 살려 주는 동아리인 '방송댄스반'도 2년째 맡아 운영하고 있다. 학부모는 물론 동네 주민, 다른 학교 생활부장 사이에서도 '열혈 생활부장'으로 소문났다.

    "올해 목표는 우리 학교 학생 중 단 한명도 학교 폭력으로 강제 전학을 보내지 않는 거예요. 그러려면 작은 신고도 놓치지 않아야겠죠?"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