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심(여·53)씨는 "오늘 겨우 3만원 팔았다"고 했다. 돌미역과 멸치 같은 진도 특산 건어물을 파는 김씨의 가게는 전남 진도읍 진도수산시장 안에 있다. 토요일이었던 지난 17일 시장 안은 평일 오전처럼 한산했다. "주말엔 전세버스가 3~4대씩 들어오는데 참사 이후 외지인의 발길이 뚝 끊겼어요." 김씨는 "세월호에서 나온 기름이 떠다닌다는 소문이 돌면서 돌미역을 찾는 산모들의 전화도 사라졌다"고 했다. "참사로 자식 잃은 사람들에 비하면 몇 달 장사 손해 보는 건 큰일도 아니지요. 하지만 인구라고 해봐야 3만3000여명뿐인 진도는 바깥 사람들이 물건을 사주지 않으면 경제가 안 돌아가요. 에휴."

오후 4시 진도의 명소인 '운림산방(雲林山房)'엔 관광객 3명이 전부였다. 산방 인근 유일한 숙소인 3층짜리 모텔은 문이 굳게 잠겨 있었고, 김·미역·구기자 등 특산품을 파는 매장 3곳도 문을 연 곳이 없었다. 주차장 부근에서 식당 겸 매점을 하는 김종필(49)씨는 "과자랑 아이스크림만 몇 개 팔아 겨우 1만원 벌었다"고 했다. 그는 "다른 가게처럼 문을 닫는 게 현명할 것 같다"고 했다. 산방 관리소의 박영옥(42)씨는 "평소 주말이면 방문객이 1000명을 훌쩍 넘는데 오늘은 30명에 그쳤다"고 말했다. 진도 읍내에서 300석 규모의 횟집을 하는 김모(49)씨는 "횟집들도 다 개점휴업 상태라 직원들을 줄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손님 끊긴 진도의 수산시장과 운림산방… 19일 오후 전남 진도군 진도수산시장에 손님은 거의 없고 상인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진도군 의산면 운림산방 앞 주차장. 80대 규모의 이 주차장도 거의 비어 있다.

세월호 참사에 생업도 제쳐놓고 수습에 앞장섰던 진도 주민들의 근심이 깊어가고 있다. 참사 여파로 관광객 발길이 끊기면서 이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사의 예약은 모조리 취소됐고 진도를 찾는 대형 버스는 자취를 감췄다. 어민들은 수색 작업과 유출된 기름 방제 작업으로 조업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 한 달 진도를 찾은 외지인 숫자는 예년의 20% 수준이었다. 주민의 약 40%가 관광업과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진도 경제는 얼어붙고 있다.

'통곡의 항구'로 변한 진도 팽목항에서 남쪽으로 1㎞ 떨어진 서망항도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전국 꽃게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서망항 어촌계는 꽃게철인 3~5월이면 부두에서 선착장까지 300여m 거리가 외지인들 승용차와 버스로 꽉 찼다고 한다. 이곳에서 수산물 가게를 하는 서옥자(57)씨는 "꽃게 사러 오던 발길도, 전국에서 쏟아지던 택배 주문도 이젠 없다"고 말했다.

어민들과 낚싯배 업주들은 대부분 생업을 접었다. 해경을 도와 유류품 수색에 나서고, 세월호에서 나온 기름이 돌미역과 김 산지인 청정해역을 망칠까봐 매일 방제 작업에 바쁜 처지다. 선상낚시 업주 허재욱(53)씨는 한 달간 방제에 나섰다. 허씨는 "6월까지 꽉 차 있던 예약이 사고 이후 모두 취소돼 지금까지 1000원 한 장 만져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개인택시 기사 박대섭(58)씨는 "하루 10만원 벌이가 세월호 참사 이후 3만~4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고 했다. 박씨는 "외지인도 안 들어오고, 공무원이건 장사하는 사람이건 진도 사람들도 술 한 잔 안 마시다 보니 태울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진도에 노부모나 형제를 둔 외지 자녀들도 걱정이다. 진도 재경향우회 하태모(54) 부회장은 "진도는 문화관광특구지만 경제적 자립도는 10%도 안 되는 곳"이라며 "옷도 밝은 것을 못 입고 조심스러워 어르신들이 끙끙 앓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관매도 출신 최구호(57)씨는 "팔순 노모가 관매도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데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었다며 걱정하시더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하소연할 곳도 없어 속만 끓이고 있다. 매점 주인 김씨는 "자식 먼저 보낸 부모들도 있으니, 우리가 답답해도 어쩌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어로 활동에 지장을 받는 집중 수색 구역 내 어민들에 대한 지원을 결정했다. 지원액은 가구당 85만3400원. 한 어민은 그러나 "꽃게는 한철 장사라 조업 포기 손실비만 하루 200만원인데 85만원은 너무 적다"고 말했다. 그나마 자영업자들은 아예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