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맞먹는 초강대국' '세계 1위 경제 대국' 등의 수식어에 중국 정부는 손사래를 친다. 겸양일까, 아니면 허허실실의 전략일까.

스페인 출신 중국 특파원 두명이 쓴 책 '조용한 정복자 중국'(2011·사진)은 중국이 세계 정복의 물밑 작업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는 '정복자'라고 주장한다. 과거 서방이 총칼을 앞세워 떠들썩하게 세계 정복을 이뤘다면 중국은 자본을 앞세워 조용히, 차근차근 지배를 공고히 하고 있어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는 얘기다. 스페인 경제지 에코노미스타의 후안 카르데날 홍콩 특파원과 멕시코 통신사 노티멕스의 에리베르토 아라우호 베이징 특파원은 5년간 25개국, 2만2000㎞를 돌아다니며 제삼세계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장 현장을 취재했다. 경제 위기 이후 스페인에서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중남미 국가들의 대(對)중국 교역 규모가 커짐에 따라 책은 스페인어권의 꾸준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거인의 발자국'은 중남미,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두드러졌다. 아프리카 콩고에선 중국이 건설해준 고속도로, 철도, 댐으로 인해 인프라가 발전하고 주민들 삶이 나아지는 긍정적 결과를 관찰했다. 그 대가로 콩고는 자국산 희토류를 중국에 싼값에 팔고 있다.

저자들은 중국의 '정복'이 단지 자본력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냉전 시대부터 중남미·아프리카의 소외된 나라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비동맹운동회의(NAM) 국가와 관계 유지에 매우 공을 들였음을 재조명했다. 이것이 오늘날 세력 확장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제삼세계 주민들은 과거 식민지 지배를 한 적이 없는 중국의 접근에 거부감이 적다고 저자들은 주장했다. 이 책은 2011년 발간 당시 스페인 외교부가 중국과 마찰을 우려해 중국 내 스페인문화원 반입을 금지시켜 더욱 유명세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