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북한 평양에서 23층 신축 아파트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해 상당수 주민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북한이 이례적으로 관영 통신사를 통해 사건을 외부로 공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염두에 두고 사고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주민에게 사과하는 당국의 모습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서라는 분석과 함께, 민심 이반의 불똥이 북한 최고위층에 튀지 않도록 다잡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8일 ‘살림집 건설장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하여 책임 일군(일꾼)들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표하고 수도 시민들에게 사과’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번 사고를 알리며, “지난 13일 평양시 평천구역의 건설장에서는 주민들이 쓰고 살게 될 살림집 시공을 되는 대로 하고 그에 대한 감독 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일군들의 무책임한 처사로 엄중한 사고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났다”고 보도했다.
또 통신은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선우형철 조선인민내무군 장령, 차희림 평양시인민위원회 위원장, 리영식 평천구역당위원회 책임비서 등 관계 부문 책임자들이 주민들을 만나 사과했다고 전하며 이들의 말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통신에 따르면 최부일 부장은 “이번 사고의 책임은 조선노동당 인민 사랑의 정치를 잘 받들지 못한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선우형철 장령 역시 “사고의 장본인은 건설을 담당한 자기 자신”이라고 말했고, 차희림 위원장과 리영식 책임비서도 사고에 대해 자책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같이 모든 담당자가 사고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 건 주민의 불만과 불안감을 진정시키는 동시에, 이 불만이 당이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등 더 높은 곳으로 향하지 않도록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통신은 김수길 평양시당위원회 책임비서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하여 피해가 발생했지만 우리에게는 온 나라 천만자식 모두를 한 품에 안아 보살펴주고 마음속 상처까지 가셔주는 어머니 당의 따뜻한 손길이 있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김수길은 “경애하는 원수님(김정은)께서 이번 사고에 대해 보고 받고 가슴이 아프시어 밤을 지새우며 당과 국가, 군대의 책임 일군들이 만사를 제쳐놓고 사고 현장에 나가 구조전투를 지휘하도록 했을뿐 아니라 피해를 가시도록 하는 구체적인 가르침을 줬다”고 말했다. 현장 책임자들이 ‘본인 책임’을 언급한 반면, 당과 김정은은 책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다.
한편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지난 13일 오후 평양시 평촌구역 안산1동 23층 아파트에 완공되기 전에 주민 92세대가 이주한 가운데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 주민은 상당수에 이를 것”이라고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