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부)는 15일 세월호 조타실 선원들이 사고 당일 배에서 탈출한 시점은 물이 '침수 한계선'까지 차올랐을 때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침수 한계선까지 물이 차오르면 배의 복원력이 완전히 상실된다고 말한다.
합수부는 세월호의 침수 한계선은 '2층 바닥 갑판'으로, 이 갑판 위로 물이 차오른 때를 지난달 16일 오전 9시 34분 전후로 보고 있다. 세월호와 진도 VTS(해상교통관제센터)의 교신이 끊긴 시각은 오전 9시 38분이었다. 즉 진도 VTS에 구조 요청을 하던 조타실 선원들은 침수 한계선까지 물에 잠기자, 더 지체할 경우 배가 급격하게 기울어 탈출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대피했다는 얘기다.
이들이 부상을 입고 통로에 쓰러져 있던 조리원 2명을 그대로 둔 채 탈출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고 선원들이 느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조타실에 모여 있던 이준석 선장 등 선원 8명은 오전 9시 46분부터 차례로 해경 경비정으로 옮겨 탔다.
합수부는 "헬기 등이 찍은 동영상을 통해 오전 9시 34분쯤 세월호가 좌현 쪽으로 52.2도 정도 기운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선박의 침수 한계선을 통상 45도로 보고 있다. 이미 50도로 넘어갔다면 좌현 쪽은 거의 다 물에 잠긴 상태라는 말이다. 이 각도에서 선실 바닥은 미끄럼틀과 같은 상태가 되기 때문에 선내에 있는 사람들은 탈출 능력을 거의 잃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외부의 구조 손길이 없다면 스스로 빠져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경이 배 안에 있는 승객을 구조할 수 있었던 한계는 언제였을까. 15일 수사 발표 때도 보도진이 이 질문을 계속 던졌다. '해경 책임론'의 기준을 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바닷물이 침수 한계선 이상 차올랐더라도, 이후에 구조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조 작업은 당시 조류 상황이나 선박 특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구조 한계'를 객관적으로 명시할 순 없다. 고정표 한국해양구조단 사무국장은 "선박이 몇 도 정도 기울었을 때 어떤 구조 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지침은 없다"며 "결국 사고 현장에 있는 구조 책임자가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합수부도 몇 시까지 승객들을 구할 수 있었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합수부 관계자는 "구조 작업 가능 여부는 현장의 판단과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어느 시점까지 구조가 가능했다고 판단하거나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합수부 관계자는 "구조 개념에는 수중에 잠수해 구조하는 것까지 포함된다"며 "침몰 전 선내에서 승객들을 탈출시키는 의미의 구조라면, 배가 108도로 전복(10시 17분)된 이후엔 사실상 힘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는 108도로 배가 전복된 시점을 구조 한계선으로 볼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전문가 대부분은 침몰하는 세월호 안으로 구조 요원을 투입하는 방안에 대해선 고개를 가로저었다. 황대식 한국해양구조협회 본부장은 "물살이 빠른 해역에서 45도 이상 기울어진 배에 잠수사나 특수부대는 투입하기 어렵다. 배가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여러 객실에 흩어진 승객을 데리고 빠른 물살을 헤쳐 나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해경은 선체 밖으로 탈출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구조하는 쪽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정표 사무국장은 "해경은 바깥에서 탈출 유도 방송을 크게 하면서 소방 호스와 밧줄을 던져 승객의 외부 탈출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했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 해상 구조 전문 조직인 해군 해난구조대(SSU)의 간부는 "배가 기울어지면 탈출을 유도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구조 요원에게 '배 안으로 들어가라'는 말은 사실상 죽으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침수 한계선
배가 일정한 높이까지 물에 잠기면 복원력을 잃고 가라앉기 시작하는데, 이를 판단하는 가상 선. 세월호는 2층 바닥 갑판까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