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컸네요, 연아 키즈

조선일보
  • 최인준 기자
    입력 2014.05.17 02:59

    [4년 후 평창에서 한국 피겨 이끌 박소연·김해진·김진서]

    -김연아와 훈련한 1년새 급성장
    박소연, 깨끗한 점프가 강점… 올시즌 세계선수권 '톱10' 진입
    김해진, 감정표현 풍부하고 김진서는 점프 습득 능력 좋아

    "남은 숙제는 가산점 향상… 점프 끊임없이 가다듬어야"

    서울 태릉 실내빙상장 라커룸에 있던 김연아(24)의 '흔적'은 이제 없어졌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은메달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피겨 여왕은 며칠 전 자신의 훈련 장비를 모두 치웠다. 이곳 아이스링크에서 훈련 중이던 박소연(신목고)·김해진(과천고·이상 17)·김진서(18·갑천고)는 선배의 짐 정리를 도왔다. 이들은 이달 초 열린 김연아의 현역 고별 아이스쇼에서 함께 공연했다. "공연을 모두 마치고 나선 큰 버팀목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눈물밖에 안 나더라고요. 그렇다고 아쉬워할 수만은 없겠죠. 이제는 '김연아 키즈'가 아닌, 어엿한 시니어 선수로 커 나갈 겁니다."

    '포스트 김연아'는 누구

    박소연은 지난 3월 ISU(국제빙상연맹) 세계선수권에서 9위에 올랐다. 김연아를 빼고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톱10에 진입했다. 올해 4대륙선수권과 소치올림픽 이후 세 번째 출전한 시니어 국제대회에서 거둔 쾌거였다. 당시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박소연의 깨끗한 점프 착지, 부드러운 연기는 풀 패키지(full package·종합세트) 같다"고 칭찬했다.

    김연아(맨 오른쪽부터)·박소연·김해진·김진서가 지난 6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아이스쇼 '올댓스케이트 2014'에서 활짝 웃으며 함께 연기를 펼치고 있다.
    김연아(맨 오른쪽부터)·박소연·김해진·김진서가 지난 6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아이스쇼 '올댓스케이트 2014'에서 활짝 웃으며 함께 연기를 펼치고 있다. 박소연·김해진·김진서는 은퇴한 김연아를 이어 한국 피겨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허상욱 기자
    박소연은 "그동안 실전에서 실수가 잦았는데 지난 세계선수권에선 연습 때부터 모든 점프가 잘돼 두려움이 없었다"며 "경기가 끝나자마자 연아 언니의 축하 문자 메시지를 받아서 더 기뻤다"고 말했다.

    박소연은 무용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3세 때부터 발레를 배워 유연성이 돋보인다. 점프 회전수가 정확하고 점프의 비거리가 길기 때문에 실전에서 가산점을 많이 받는다. 힘있는 스케이팅도 강점이다.

    박소연과 동갑내기 라이벌인 김해진도 다음 시즌 한 단계 도약을 노리고 있다. 풍부한 감정 표현과 노련미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김해진은 '악바리'로 소문날 만큼 훈련 집중력도 높다. 점프 기술을 빠르게 섭렵해 '피겨 신동'으로 불렸던 김진서는 최근 국제대회에서의 활약으로 한국 남자 피겨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김진서는 지난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남자 선수로는 처음 200점을 돌파(202.80점)하며 16위를 했다.

    평창올림픽까지의 과제는?

    '피겨 3인방'은 지난 1년간 김연아와 함께 태릉에서 훈련하며 급성장했다. 특히 박소연과 김해진은 처음 나간 올림픽에서 결선까지 오르며 자신감을 얻었다. 차기 대회인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빛낼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어려울 때마다 김연아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김진서는 최근 자신의 스마트폰에 김연아를 '연아 누나'에서 '멘토님'으로 바꿔 저장했다. 고성희 대한빙상경기연맹 경기이사는 "세계적 스타인 김연아와 함께 훈련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자극이 됐을 것"이라며 "훌륭한 시니어 선수가 되려면 앞으로 다치지 않고 몸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와 '포스트 김연아' 세대 비교.
    4년 뒤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는 이들은 기술 가산점과 프로그램 구성 점수를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박소연과 김해진의 경우 점프 등 기본적인 기술 수준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에 크게 뒤지지 않을 만큼 끌어올렸다. 기술의 '품질'을 평가받는 가산점 부문은 김연아보다 10점 정도 뒤진다. 예술성을 따지는 프로그램 구성 점수 역시 세계적인 수준과 거리가 있다. 국제대회에 자주 나가 경험을 쌓고, 안정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예술성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

    지난달 발표된 ISU의 엄격해진 새 채점 규정도 신경 써야 한다. 롱 에지(Wrong Edge·점프할 때 스케이트 날을 잘못 사용하는 것)나 점프 회전수 부족에 따른 감점 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재은 ISU 기술심판은 "더 많은 훈련으로 점프의 정확성과 성공률을 높일 수밖에 없다"며 "개정된 규정이 4년 뒤 평창올림픽까지 적용되기 때문에 선수들은 점프를 좀 더 날카롭게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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