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 오락가락 통계] 6번 바뀐 구조자 수… 인명피해 규모 미궁에 빠질 판

입력 2014.05.09 03:01 | 수정 2014.05.09 09:51

- 세월호 교신 내역 보니
"승선 몇명?" "약 500명 정도"
애초에 몇 명이 배 탔는지 1등 항해사도 몰랐다는 얘기

- 해경, 구조자 수도 파악 못해
취재진 '동명이인 여부' 묻자 그제야 명단 다시 보고 "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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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화면 캡처
[뉴스 7] 또 집계 오류…해경 왜 이러나? TV조선 바로가기
해양경찰청이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22일째인 지난 7일 구조자 수를 174명에서 172명으로, 희생·실종자는 302명에서 304명으로 변경 발표했다. 사고 발생 후 승선자·구조자(생존자)·실종자 숫자를 바꾼 것이 벌써 여섯 번째다. 일각에서는 "실종자 수색 및 사고 예방 대책 마련은 고사하고, 인명 피해 규모조차 영원히 파악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월호 인명 피해 규모 파악이 애초에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얘기는 사고 초기부터 제기됐다. 지난달 20일 공개된 진도VTS(해상교통관제센터)와 세월호의 교신 내역을 보면, 오전 9시 13분 진도VTS가 "현재 승선원이 몇 명입니까?"라고 묻자 세월호는 "네, 450명입니다…. 약 500명 정도 됩니다"라고 대답했다. 세월호에 몇 명이 탑승했는지 이날 교신을 맡은 1등 항해사도 몰랐다는 얘기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배 탈 때는 비행기 탈 때와는 달리 신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 탑승자와 구조자 숫자 어떻게 바뀌었나 일지표
현재 연안 여객선 탑승객은 이름과 생년월일, 연락처를 기입한 탑승권을 해운사에 제출한 뒤 배에 오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객선이 이름이나 생년월일이 정확한지 확인하지 않고 탑승을 허가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후 인천항 여객터미널이 탑승권을 재점검해 보니 '무기명' 탑승권 37개가 무더기로 발권된 사실도 드러났다. 탑승권 발권 및 기록 관리는 해운조합 업무이지만 형식적 조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연안 여객업계에서는 선사 관계자나 선원들이 정식 탑승권보다 싸게 승객을 태운 뒤 그 돈을 챙기는 관행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탑승권에 이름을 적지 않거나 차량번호만 쓰기도 하고, 발권해놓고 탑승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세월호 탑승객 476명이라는 숫자도 사고 후 CCTV를 보며 탑승객 수를 일일이 헤아린 끝에 내놓은 것이어서 앞으로 언제든 이 '숫자'는 달라질 수 있다. 다른 시간대에 다른 입구로 탑승한 사람이 있을 수 있어서다.

이처럼 허술한 명단 관리 때문에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탑승 여부 확인에 애간장을 태워야 했다. 세월호 승선자 명단 4번에 자신의 이름을 '구○○ 일행'으로 적은 일반인 승객 서모(44)씨는 사고 발생 3일째인 지난달 18일에야 실명이 명단에 반영됐다. 승선자 명단 3번 구모씨와 일행이었던 서씨는 본명을 적지 않고 연락처도 구씨 번호로 기재했지만 탑승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그의 시신은 지난달 24일 발견됐다. 지난달 21일 시신이 발견된 조선족 이상호(1968년생)씨도 승선자 명단에 '이방호(1966년생)'로 기록돼 있었지만, 지난달 18일 오전에야 가족들의 요구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수정됐다.

탑승자 수 파악은 선사 측의 부실한 명단 관리 책임으로 돌릴 수 있지만, 해경이 사고 발생 20여일이 지나도록 구조자 수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 지난달 18일 본지 취재진이 구조자 명단에서 성별, 생년월일이 파악되지 않은 '김종황'씨와 성별 확인이 안 된 '김종황(1955년생)'씨 이름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동명이인(同名異人) 여부'를 묻자, 해양수산부는 그제야 구조자 명단을 재확인해 "중복된 이름이 있다"며 18일 밤 구조자 수를 179명에서 174명으로 변경 발표했었다. 사고를 수습하겠다는 관료들이 취재진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문제에 손 놓고 있었던 것이다. 해경이 이번에 구조자 수를 줄인 것도 여러 기관이 구조에 뛰어든 사고 당일 구조자 A씨 이름을 받아적을 때 서로 이름을 잘못 알아듣고 A씨와 B씨로 두 번 기재하고, "D씨와 함께 구조됐다"고 말한 C씨의 말을 확인도 하지 않고 섣불리 구조자로 계산했기 때문이다. D씨는 아예 승선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연철 한국해양대 교수는 8일 "배라는 것은 언제든 침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연안 여객선도 전자 시스템을 확실히 도입해 이런 사고가 났을 때 누가 탔는지 확인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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