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7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문제를 둘러싼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한 결과 채 전 총장이 임모 여인과의 사이에 혼외자(婚外子)를 낳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채 전 총장과 임 여인이 아들의 돌 무렵 옷을 나란히 맞춰 입고 찍은 가족사진, 임씨 출산 기록에 있는 채 전 총장의 서명 등 각종 증거를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은 임씨에 대해선 혼외 아들의 존재를 발설 못하도록 가정부를 협박한 혐의와 사건 브로커 노릇을 하면서 1400만원을 받은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채 전 총장이 대전고검장·검찰총장일 때 혼외 아들 명의 계좌로 2억원을 송금해준 전직 삼성물산 직원 이모씨를 회사 자금 17억원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이 돈이 채 전 총장과 연관 있는지 계속 수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씨와 채 전 총장은 10여 년 전 채 전 총장이 서울지검 특수부장 시절 삼성 관련 사건을 수사할 무렵부터 가까워졌다고 한다. 이씨는 2억원에 대해 '임씨에게 빌려주거나 그냥 줬다'고 말하고 있지만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이씨가 무얼 노리고 삼성 관련 돈을 빼내 채씨의 내연녀에게 줬는지 끝까지 규명해야 한다.

채 전 총장은 작년 9월 6일 조선일보 보도로 혼외자 문제가 처음 불거지자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그 뒤로도 지금까지 채 전 총장이 사실을 인정할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기의 잘못된 처신에서 비롯된 문제를 '검찰 조직의 명예'와 결부하거나 보도 배경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면서 진실을 외면해왔다.

일부에선 청와대·국정원 직원들이 작년 6월쯤부터 채 전 총장의 아들 문제를 캐고 다녔던 사실을 들어 그가 정치적 음모에 의해 희생됐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러나 채 전 총장이 자신의 치명적 흠결을 숨기고 검찰총장직(職)을 받아들였던 것부터가 무모하고 사려(思慮) 없는 일이었다. 만일 어떤 정파나 기업이 그의 약점을 잡아 악용하려 했다면 검찰 조직은 근본부터 흔들리는 위기를 맞았을 수 있다. 채씨가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총장직을 맡은 것은 조직보다는 자리 욕심이 앞선 탓이다.

권력자의 비위를 밝혀내고 잘못을 비판하는 건 언론의 기본 사명이다. 국내 언론들 가운데는 지난 8개월간 진실을 밝히려 하기보다는 정치 공방에 더 관심을 갖거나 음모론을 증폭시키는 데 열을 올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진실 규명보다 진영 논리나 이해타산을 앞세운 언론들도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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