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중국과 갈등을 겪는 필리핀에 미군이 22년 만에 재주둔하게 된다.
볼테르 가즈만 필리핀 국방장관과 필립 골드버그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는 수도 마닐라에서 28일(현지 시각) 미군의 군사기지 접근과 이용을 보장하는 10년 기한의 방위협력증진협정(EDCA)에 서명했다. 협정에 따라 미군은 필리핀 내 특정 군사기지를 이용할 수 있으며, 자국 전투기·함정 등도 배치할 수 있다.
아시아를 순방 중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번 협정에 대해 "우리의 목표는 중국에 맞서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마닐라에서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 자리였다.
하지만 AP통신은 "중국의 부상에 맞서 아시아로 군사력을 이동시키려는 미국과 필리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협정에 따라 미군은 과거 사용했던 클라크 공군기지 등을 무상으로 이용하게 된다. 구체적인 주둔 병력은 합동군사훈련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1898년부터 94년간 필리핀에 상주기지를 뒀던 미군은 필리핀 상원의 군사기지 조차(租借) 연장안 부결에 따라 1992년 철수했다. 2002년부터는 필리핀군의 대(對)테러 교육을 위해 수백 명만이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