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의 시대, 종이 만화는 무엇을 할 것인가?”

지난달 창간한 월간 만화잡지 '보고'는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보고'를 발행하는 출판사 휴머니스트의 위원석 편집주간은 "웹툰이 출판 만화를 밀어내고 만화판의 절대적 주류가 됐다"면서 "만화 생태계를 위해 웹과 출판이라는 미디어의 벽을 넘어 '만화' 자체에 대한 논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 달엔 2호가 발간된다.

'판' 키운 웹툰, '질' 고민하는 종이

폐간만 반복하던 종이 만화잡지가 잇따라 부활하고 있다. 대중적이지 않은, 실험성 강한 이른바 '다양성(多樣性) 만화잡지'다. '보고'뿐 아니라 '이미지앤노블' '우주사우나' '쾅' '엇지'에 이르기까지 올해만 다섯 권의 다양성 만화잡지가 발간됐다. '쾅'의 참여 필진인 만화가 권성우(34)씨는 "웹툰 일변도로 가고 있는 요즘, 독립출판물이나 소규모 집단창작이 활발해야 다양한 만화 형태와 새로운 신(scene)이 탄생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쾅'과 '우주사우나'는 2010·2012년 각각 웹진과 스마트폰 앱으로 시작했지만 지난 2월 종이 잡지로 재탄생한 경우다. '우주사우나'의 발간을 주도한 만화가 하민석(40)씨는 "웹은 파급력 대신 휘발성·일회성이 강하다. 이에 대한 반발로 만화에 중량감을 실으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종이라는 아날로그적 매체를 선택한 것도 그 이유"라고 말했다.

다양해진 만화잡지와 더불어 지난 5일 12년 만에 만화 비평 잡지도 부활했다. 2002년 폐간한 '코코리뷰'의 뒤를 잇는 만화비평지 '엇지'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만화의 미래에 대해 고민한다'는 창간 취지처럼 창간호 상당 부분을 웹툰 플랫폼에 대한 평론과 웹툰 작가에 대한 인터뷰 등 웹툰에 할애했다. 창간을 주도한 박세현 상명대 만화학과 외래교수는 "웹툰엔 곧장 댓글이 달리기 때문에 따로 평론이 필요하지 않아 보이지만, 창작 예술엔 평가와 비평이 동반돼야 건강해진다. 비평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의존 대신 자생력 키울 방안 모색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지난해 처음 '다양성 만화 전문 잡지 제작 및 서비스 지원사업'을 시행해 '엇지'를 제외한 5개의 잡지에 총 2억5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금 덕에 2007년 창간 이후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고 있던 '살북' 역시 다음 달 초 신간을 낸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는 "아직 초창기이다 보니 이 잡지들의 색깔이 명확하진 않다. 2·3·4회로 이어지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단발성 발간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자생력'에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산업진흥팀 한필호 주임은 “일본 단행본이나 웹툰 독자는 주로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젊은 세대인 만큼, 깊이를 추구하고 구매력도 있는 30대 이상으로 타깃 독자층을 명확히 하는 것도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는 매달 합정동 만화발전소에서 토크콘서트를 진행해 여기서 나온 얘기를 지면에 실을 예정이다. 만화평론가 백정숙씨는 “첫 회엔 관객 80명 정도가 모였다. 잡지 바깥에서 독자와 활발히 상호작용해 독자층을 넓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