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과 대립 중인 러시아에서 해외 자본의 대규모 유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동안 러시아에서 빠져나간 해외 자본 규모는 510억달러(약 53조원)에 이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의 작년 4분기 해외 자본 유출액(170억달러)의 3배 규모로, 지난해 해외 자본 유출 총액(600억달러)에 육박하는 액수다. 경제 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었던 2008년 4분기(1320억달러) 이후 최대 유출이라고 WSJ는 전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유출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깊이 개입하고 있는 러시아 정부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가 효과를 얻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 자본 유출이 증가하자 러시아 경제발전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1%로 하향 조정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연초보다 8%가량 하락했다.
알렉세이 쿠드린 전 재무장관은 "올해 최대 1600억달러(약 167조원)의 해외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며 "러시아 경제가 장기간 침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가 경제 위기를 가중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 정부가 올해 크림반도에 대한 지원 예산으로 책정한 70억달러(약 7조2700억원)가 둔화된 러시아 경제에 큰 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WSJ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푸틴 대통령의 야망 때문에 러시아가 톡톡히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