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수부 마피아' 이대로 두면 세월호 참사 또 난다

조선일보
입력 2014.04.23 03:02

선박 안전에 관한 감독·성능검사 등을 담당하는 한국해운조합·한국선급을 비롯한 해양수산부 산하 민간 단체들에 해수부 퇴직 관료들이 상당수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정부로부터 선박 검사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선급은 1960년 출범 뒤 회장 11명 가운데 8명이 해수부 출신이다. 여객선사들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가진 한국해운조합은 역대 이사장 12명 가운데 10명이 해수부 퇴직 관료들이다. 기관장만 따져서 해수부 산하 14개 기관·단체 가운데 11곳을 해수부 출신 고위 관료들이 장악하고 있다.

한국선급은 해운사들이 출자금을 내 만든 단체이고, 해운조합은 해운사들을 조합원으로 둔 해운사 이익 단체다. 해운사 돈을 받아 운영하는 단체가 해운사 안전 점검을 원칙대로 하기는 어렵다. 이 단체들이 제 역할을 하게 하려면 해수부가 단체들의 운용 내용을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그러나 해수부 전관(前官)들이 단체의 회장·이사장 등을 맡고 있으니 그들의 후배인 해수부 공무원들이 제대로 감독권을 행사했을 리 없다. 해수부는 전관들을 산하단체에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고, 단체들은 이 전관들을 해수부 감독을 무력화(無力化)하는 방패막이로 활용해온 것이다.

한국선급은 이번 침몰 사고에서 46개 가운데 1개밖에 펼쳐지지 않은 구명벌을 검사하면서 '양호' 판정을 내렸다. 해운조합 소속의 안전 검사 담당자는 세월호에 한도 이상 화물이 실리지 않았는지, 화물들이 제대로 묶여 있는지를 따져보지도 않고 출항을 승인했다. 한국선급과 해운조합이 이렇게 형식적인 검사와 감독을 한 것은 '해수부 마피아'들이 장악한 해운업계의 '서로 봐주기' 분위기 탓이 컸을 것이다. 해수부 전·현직과 해운 분야 종사자들이 선후배와 학연 등으로 얽힌 해수부 마피아로 인해 한국 해운업계 안전 관리가 엉망이 돼버렸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무원과 산하기관, 감독 대상 업체들 사이에 형님 동생 하면서 골프 치며 좋은 게 좋다고 대충 넘어가는 우리 사회의 고질(痼疾)이 해운 분야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세월호 침몰은 그런 마피아 커넥션이 국민적 재앙을 불러온 극적(劇的)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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