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문맹(漢字文盲) 벗어나자] '나대지로부터 이격거리 두고 전작한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나요?

  • 기자 유석재

    입력 : 2014.01.06 02:05

    [2] 세대간 소통이 막혔다

    소통 가로막는 구식 한자어들 충분히 고유어로 바꿔 쓸 수 있는데… '어휘 권위주의'가 불통 사회 키운다

    충분히 우리 고유어로 바꿔 쓸 수 있는데도 굳이 지나치게 어려운 한자어를 고수하는 것 역시 소통의 걸림돌이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미 실생활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게 된 어휘들이 공문서나 안내문 등에 한자 없는 한글 표기만으로 쓰여 이해를 더욱 곤란하게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나대지(裸垈地)로부터 이격거리(離隔距離)를 두고 전작(田作)을 한다'란 문장은 '빈터로부터 떨어진 거리에서 밭농사를 짓는다'로, '구랍(舊臘)의 자모회(姉母會)에 심심(甚深)한 사의(謝意)를 느낍니다'란 문장은 '지난해 12월의 어머니회에 깊은 고마움을 느낍니다'로 고쳐 쓸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한자어를 섞은 문어체로 써야 권위가 있다는 생각 때문에 아직도 상당수의 어휘가 옛날식 한자어로서 남아 있다. '조각사유(阻却事由·없게 하는 까닭)' '유예(猶豫·일을 결정하는 데 날짜나 시간을 미룸)' 같은 어려운 법률 용어도 한몫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자연과학의 경우 전문 용어의 대부분이 옛 일본식 한자어인데, 무슨 뜻인지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영어로 통일하는 현상을 보인다"며 "새로운 우리말 용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양자 역학에서 '하나의 에너지 준위(準位)에 대해 두 개 이상의 상태가 존재한다'는 뜻인 'degenerate'의 번역어는 현재 '축퇴(縮退)'인데, 이런 것을 누가 이해하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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