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문맹(漢字文盲) 벗어나자] 환골탈퇴 야밤도주 성대묘사… 글 좀 쓴다는 이들도 오류 빈번

    입력 : 2013.12.31 23:09

    [1] 漢字에 캄캄한 대한민국

    미디어 종사자들 誤記도 심각

    자주 틀리는 한자어.
    인터넷 '네이버 뉴스'에서 '환골탈퇴'를 검색하면 무려 1000건이 넘는 기사가 뜬다. 한 경제 뉴스 기사는 "뼈를 깎는 자기반성으로 조직 쇄신을 단행하면서 환골탈퇴(換骨脫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라며 한자까지 집어넣었고, 한 방송은 기사 제목에 "소외주가 대박주로 환골탈퇴… 이것이 상승 신호"라고 썼다. 모두 '뼈[骨]를 바꾸고[換] 모태[胎]를 빼앗는다[奪], 즉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는 뜻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잘못 쓴 것이다. 한자어의 뜻을 알지 못한 채 발음만으로 유추해서 쓴 결과다.

    '한자 문맹'의 현상은 학생과 일반인을 넘어서 '글로 먹고 사는' 미디어 종사자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야반도주(夜半逃走·남의 눈을 피해 한밤중에 도망감)'를 '야밤도주'로, '이역만리(異域萬里·다른 나라의 아주 먼 곳)'를 '2억만리'로, '성대모사(聲帶模寫·자기 목소리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나 동물의 소리를 흉내내는 일)'를 '성대묘사'로 엉뚱하게 쓰는 사례도 상당히 많이 검색된다.

    간단한 한자어를 잘못 쓰는 사례도 많다. '유례(類例)없는'을 '유래 없는'으로, '막역(莫逆)한 사이'를 '막연한 사이'로 쓰는 경우가 자주 보인다. '마침내' '결국'이란 뜻의 '필경(畢竟)'을 '필시' '아마도'의 뜻으로 쓰거나, '적을 속이기 위해 주된 공격 방향과는 다른 쪽에서 공격하는 일'이라는 의미인 '양동(陽動)'을 '양쪽에서 동시에 공격한다'는 의미로 잘못 쓰기도 한다. 남성을 소개하며 "하버드대를 나온 재원"이라고 표기한 사례도 있는데, '재원(才媛)'이란 '재주가 뛰어난 젊은 여성'을 뜻하는 말이다.

    잘 눈에 띄지 않는 오자도 많다. '승승장구(乘勝長驅)'를 '승승장구(勝勝長驅)'로, '칠전팔기(七顚八起)'를 '칠전팔기(七轉八起)'로, '건강보험(健康保險)'을 '건강보험(建康保險)'으로 잘못 쓰는 사례다.

    종합일간지의 한 기자는 "고참기자와 신입 기자의 경우 한자어에 대한 이해도가 엄청나게 차이난다. 많은 신입 기자에게 한자어는 뜻은 없이 '음가'만 존재하는 말"이라고 말했다.

    김언종 고려대 교수는 "한자를 잘 모르는 세대가 사회의 중추가 된 이후 언론사까지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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