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거 조작' 사건, 국정원·검찰이 민변에 完敗했다

조선일보
입력 2014.04.15 03:02

서울중앙지검은 14일 국정원의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 증거 조작 사건 수사 결과 대공수사국 이모 수사처장(3급)과 김모 과장(4급), 이모 중국 선양 총영사관 영사를 기소하고 자살을 기도해 치료 중인 권모 과장(4급)은 나중에 기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국정원 대공수사국 부국장급 이상 고위 간부를 비롯한 윗선은 개입한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간첩 사건 수사를 지휘한 검사 2명은 증거 조작을 몰랐다며 불기소했다. 국정원 서천호 2차장은 이날 이 사건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유우성씨 관련 사건의 본질(本質)은 그가 간첩이냐 아니냐에 있다. 유씨는 4~5개의 이름을 쓰면서 정체가 불투명했던 사람이다. 그의 동생은 국정원 조사에서 "오빠는 탈북자 관련 정보를 북한 보위부에 넘겨왔다"고 진술했다가 나중에 재판에서 민변 변호인들 설득으로 진술을 번복했다. 유씨는 화교 신분이면서 탈북자라고 거짓말을 했고 한국 정부에서 탈북자 정착금과 아파트 등을 지원받기도 했다. 유씨가 재작년 1심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을 때 당시 재판부는 "(간첩이라는) 의심은 가지만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자 국정원은 2심 재판 과정에서 조작된 증거를 법정에 제출했다. 그러나 유씨 변호를 맡은 민변 측에서 증거 조작 사실을 밝혀내면서 유씨의 '간첩 혐의' 사건은 '증거 조작' 사건으로 바뀌고 말았다.

사건 진행 과정에서 국정원의 중국 내 협조자였던 사람은 국내로 불려 들어와 구속됐다. 반면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유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가 검찰 수사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국정원 대공수사국의 핵심 요원들은 줄줄이 소환돼 기소되거나 자살을 기도했다. 간첩 혐의자와 그의 변호인단이 대한민국 정보기관의 대공 수사 기능을 해체(解體)시키다시피 한 것이다. 국정원의 명예와 신뢰가 이번보다 더 땅에 떨어진 경우도 드물 것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민변(民辯)이 국정원 수사를 방해했다는 시각이 있다. 분명 그런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변은 원래 북한을 두둔하는 행동이 잦았고 공안 수사마다 찾아다니며 사사건건 시비를 걸곤 했다. 국정원은 이번에도 민변이 유씨의 변호를 맡을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민변이 어떻게 수사를 방해하더라도 그걸 넘어설 수 있는 확고한 증거와 진술들을 확보했어야 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유씨가 북한에서 휴대폰으로 찍은 것이라며 증거 자료로 법정에 낸 사진은 나중에 중국에서 찍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정원은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민변이 이 사진 자료를 전문가에게 맡겨 위성 GPS 정보를 분석해 뒤집어버린 것이다.

대한민국은 24시간, 365일 적(敵)과 대치하고 있는 나라다. 북이 보낸 간첩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암약(暗躍)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 나라의 최고 방첩기관이 변호사 단체에 완패(完敗)하고 말았다. 검찰도 애당초 엉터리 수사를 했다. 검찰은 수사 검사들에게 책임을 묻고 국정원 고위 간부들이 증거 조작에 개입했는지 여부도 밝혀내야 한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국정원과 검찰이 앞으로 간첩 수사를 제대로 해 나라를 지킬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국민 마음이 침울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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