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非상장 계열사 통한 재벌 '배당 잔치' 제동 걸어야

조선일보
입력 2014.04.15 03:02

현대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현대유엔아이는 작년에 92억원의 적자를 내고도 현정은 회장 모녀(母女)에게 14억원을 현금 배당했다. 상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적자를 이유로 지난 몇 년간 한 푼도 배당하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한국야쿠르트 지주회사인 '팔도' 역시 작년에 366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100% 지분을 소유한 대주주 윤호중 전무에게 31억원을 배당했다.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도 과자 포장지 제조 회사인 '아이팩'에서 순익 24억8400만원의 6배가 넘는 150억원을 배당받았다.

재벌 총수 일가(一家)가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거액의 배당금 잔치를 벌이는 추세가 뚜렷해졌다. 순익보다 배당금이 많은 경우가 적지 않고, 적자 회사로부터 배당금을 챙기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상장 기업들이 순익의 15% 정도를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주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문제는 대주주 오너에게 거액의 배당금을 안겨주는 비상장 회사 가운데는 주력 기업의 지원을 받는 사례가 많은 점이다. 상장 계열사가 총수 가족이 소유한 비상장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면 그 회사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이익을 내고 오너 일가는 거기서 배당금을 빼내가는 구조다. 상장 회사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총수 가족이 가로채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사회의 반(反)기업 정서가 악화되지 않도록 하려면 재벌의 비상식적인 배당 잔치에 대해 견제할 필요가 있다. 총수 일가가 비상장 회사를 통해 기업 이익을 빼돌릴 경우 일감을 몰아준 모기업 주주들이 자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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