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마비가 '野 알박기' 때문이라면 뭐라 답할 텐가

조선일보
입력 2014.04.15 03:02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대표는 14일 "이번 지방선거는 누가 민생을 챙기는 후보이고 정당인지 선택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했다. 안철수 대표도 며칠 전 기초선거 불공천 약속을 철회한 뒤 "이제는 민생 중심 기치를 높이 들고 전진하자"고 했었다.

그런 야당이 지금 국회 미래창조방송위에서 위헌적인 방송법 개정을 이뤄내겠다며 이미 여야가 합의한 법안 110여건을 붙잡아 놓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은 모든 방송사에 노사 동수 편성위 설치를 의무화한 내용으로 민간 방송사들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법안이다. 이 방송법 하나 때문에 국민의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단말기유통법 같은 민생 법안들이 다 막혀 있다.

야당은 정무위에선 신용정보보호법, 금융소비자보호원설치법 등을 통과시켜주지 않고 있다. 수천만명이 피해를 본 개인 정보 유출 사고를 막기 위한 법들이다. 야당은 운동권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 기념곡으로 공식 지정돼야 법안 처리에 응하겠다고 한다. 노인층을 위한 기초연금법도 6개월째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복지위 야당 의원들이 당내 타협론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안에 반대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어서다.

국회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 채택과 방송법 개정에 덜컥 합의해준 뒤 뒤늦게 딴소리를 하는 여당의 잘못도 적지는 않다. 그렇다 해도 야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아무 관련도 없는 민생 법안까지 막는 것은 입법권 남용(濫用)이자 직무유기이고 국회선진화법 악용이다. 이런 행태가 대규모 개발지에 작은 땅을 끝까지 갖고 버티며 상식 밖의 보상금을 내놓으라는 '알박기'와 다를 게 뭔가.

안 대표는 지난 2일 신당 얼굴로 국회 연단에 서서 민생 해결을 위한 여야 월례 '민생개혁회의'와 '국가대타협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과거에도 소수당이 국회를 마비시키면서 자신들의 관심사를 통과시키려 한 적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러는 동시에 '민생 중심'을 외치는 이중성을 보이지는 않았다. '새 정치'를 내세우지도 않았다. 안 대표와 새정치연합이 '알박기 국회'를 계속하려거든 민생이나 새 정치 같은 말이라도 입에 올리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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