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車 디자인, 프리미엄까지 왔지만…"

    입력 : 2014.04.14 03:02

    페라리 등 차 1000여종 디자인한 '피닌파리나' 파올로 회장 한국 방문
    "한국만의 디자인 정체성 가져야"

    이탈리아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는 자동차 마니아라면 누구나 드림카로 꼽는 차다. 그런데 이 페라리의 명품 디자인을 낳은 회사는 따로 있다.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 피닌파리나(Pininfarina). 1951년 페라리와 손잡은 이래 지금까지 100여종의 페라리를 디자인했다. 1930년 창업한 이 회사는 페라리 외에도 마세라티, 푸조, 피아트 등과 함께 80여년간 1000여종의 차를 디자인해왔다.

    이 '자동차 디자인의 왕가(王家)'를 이끄는 파올로 피닌파리나(56) 회장이 최근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참석차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창업주인 할아버지 바티스타 피닌파리나, 아버지 세르지오, 형 안드레아에 이어 2008년부터 4대 회장을 맡고 있다. "전통과 함께하는 혁신(innovation with tradition). 이게 우리의 DNA이자 '이탈리아 디자인'의 정신이다." 자부심 가득 찬 눈빛의 그는 "우리는 디자인 회사로는 매우 드물게 가족 경영(family business)을 하고 있다. 회사 명이 말하듯 회사가 곧 나라는 사명감이 있다. 그것이 일관되게 우리 스타일을 유지해온 동력"이라고 했다.

    “자동차와 건물을 디자인으로 연결할 겁니다.” 파올로 피닌파리나 회장이 그들과 63년간 손잡고 있는 ‘페라리’사의 나무 모형(왼쪽 앞)과 지난해 페라리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한 싱가포르의 럭셔리 콘도 ‘페라’(오른쪽 옆)를 두고 말했다.
    “자동차와 건물을 디자인으로 연결할 겁니다.” 파올로 피닌파리나 회장이 그들과 63년간 손잡고 있는 ‘페라리’사의 나무 모형(왼쪽 앞)과 지난해 페라리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한 싱가포르의 럭셔리 콘도 ‘페라’(오른쪽 옆)를 두고 말했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제공

    1951년 카리스마 넘치던 페라리 창업자 엔초 페라리와 바티스타 피닌파리나가 손잡았을 때 사람들은 "한 드라마에 여주인공이 두 명 있는 격"이라며 두 회사의 파트너십이 오래가지 못할 거라 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그건 남자들의 이야기(story of men)이자, 가문의 이야기(story of families)이자, 회사의 스토리(story of companies)"라고 웃던 파올로 회장이 말했다. "파트너십은 건물의 구조처럼 매우 단단해야 한다.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디자인 협업만 한다면 '디자인 재앙'만 낳을 뿐이다."

    피닌파리나는 최근 비자동차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럭셔리 콘도 '페라'(2013년) 설계를 비롯해 자전거, 테이블 등도 디자인하고 있다. 파올로 회장은 "우리에겐 분명 터닝 포인트"라면서 "절대 '과잉 디자인'(over design·장식을 과하게 덧대는 디자인)하지 않으면서 우아함을 지킨다는 철학은 그대로 가지고 간다"고 강조했다.

    2013년 ‘페라리 세르지오’. 페라리와 피닌파리나가 2012년 타계한 세르지오 피닌파리나 전 회장을 기려 만든 모델이다.
    2013년 ‘페라리 세르지오’. 페라리와 피닌파리나가 2012년 타계한 세르지오 피닌파리나 전 회장을 기려 만든 모델이다. /피닌파리나 제공

    한국의 첫인상을 묻자 "기술의 땅(land of technology)에 착륙한 느낌"이라고 했다. 칭찬만은 아니었다. "한국 업체와 면담을 했는데 기술, 엔지니어링에 지나치게 집착하더라. 기술이 디자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다. 좋은 디자인을 얻으려면 많은 기능보다 디자인에 맞는 최적화된 기능을 넣는 게 중요하다."

    한국 제품의 디자인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과거에 비해 좋아졌고, 삼성전자·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 제품은 프리미엄 수준에 올라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기엔 냉정한 부연 설명이 달렸다. "명품에도 단계별로 '프리미엄' '수퍼프리미엄' '럭셔리' '수퍼럭셔리'가 있다고 본다.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 대기업 제품은 '프리미엄' 단계에 있다. 그 이상으로 넘어가려면 디자인 정체성을 가지고 오랜 '전통'을 쌓아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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