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의 진화를 이끈 슬라이더와 커브의 비밀

입력 2014.04.13 10:20

1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14 프로야구 NC와 KIA의 경기가 열렸다.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NC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4.01.
1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14 프로야구 NC와 KIA의 경기가 열렸다.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NC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4.01.
모든 현상에는 다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특히나 프로스포츠의 세계에서 이 원리는 절대적이다. 하루 아침에 뛰어난 실력을 갖출 수는 없다. 남보다 한 방울이라도 더 땀을 흘린 선수가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
1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14 프로야구 NC와 KIA의 경기가 열렸다. 8회초 2사서 NC 박민우를 삼진 처리 한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환호하고 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4.01.
1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14 프로야구 NC와 KIA의 경기가 열렸다. 8회초 2사서 NC 박민우를 삼진 처리 한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환호하고 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4.01.
올 시즌 3경기에 나와 2승1패에 평균자책점 0.45의 막강한 실력으로 국내 최강의 좌완투수임을 입증한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양현종이 이에 해당한다. 수 년간 부진의 늪에 빠져 있었지만,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마치 현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서 강력한 실력을 보이고 있는 류현진이 한국에서 뛰어난 경기를 치를 때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양현종의 위력은 그간 열심히 갈고 닦은 두 가지 구종의 진화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들어 슬라이더의 구위가 한층 좋아진데다 새로 장착한 커브가 타자들에게 또 다른 공포로 다가온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구종에는 숨겨진 사연들이 있다. 양현종을 국내 최강 좌완의 자리로 이끌어준 두 가지 구종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을까.
▶고맙습니다. 김시진 감독님!
양현종의 슬라이더. 변화각이 짧고, 빠르다. 예리한 면도날처럼 홈플레이트를 파고들어 타자들의 헛스윙을 쉽게 유도해내고 있다. 커터형 슬라이더에 가깝다. 양현종이 이 구종을 던질 수 있게된 데에는 현재 롯데 자이언츠의 사령탑인 김시진 감독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12일 롯데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양현종은 "김 감독님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감독님 덕분에 슬라이더가 한층 좋아졌다. 그걸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었다"는 말을 했다. 무슨 사연일까.
때는 2010년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의 양현종은 KIA에서 팀내 1위이자 리그 전체 다승 2위인 16승을 거두며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했다. 대표팀 내 투수코치는 당시 넥센 히어로즈를 이끌던 김시진 감독. 김 감독은 양현종이 가장 강력한 금메달 경쟁상대였던 일본 타자를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위해서는 컷 패스트볼을 던질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로 부산 사직구장에서 진행된 대표팀 훈련 당시 양현종은 컷패스트볼을 쉽게 습득했다. 국내 리그만 생각하면 상대팀 투수에게 새 구종을 가르치는 건 오히려 자신의 팀에 손해가 될 수 있었지만, 김 감독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열정적으로 양현종을 지도했다. 한국 대표팀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김 감독의 이런 배려는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하지만 2011시즌 양현종은 부진에 빠졌다. 투구 밸런스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그 원인으로 지적된 것이 컷패스트볼의 장착이었다. 컷패스트볼을 던지다보니 원래 위력적이던 직구 구위도 떨어졌고, 양현종도 투구 밸런스를 잃었다는 지적.
그러나 양현종은 이런 지적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당시 부진할 때는 괜한 변명이 될까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가 실력을 회복한 이제서야 밝히는 속내. 양현종은 "사실 당시의 부진과 컷패스트볼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그냥 내 어깨가 좋지 않았기에 나타난 결과다. 그런데 괜히 컷패스트볼의 장착이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김 감독님께 너무 죄송했다. 그게 아니라는 걸 실력으로 증명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지금 양현종은 컷패스트볼을 던지지 않는다. 대신 당시 김 감독에게 배운 컷패스트볼 그립으로 슬라이더를 던진다. 오히려 그게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양현종은 "이 그립으로 슬라이더를 던지면 스피드와 변화각이 일반 슬라이더와는 다르다. 모두 김 감독님 덕분"이라고 김 감독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
▶타자를 혼란에 빠지게 만든 커브의 장착
지난해의 양현종과 올해 양현종의 차이. 새 구종 커브의 장착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 양현종은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만 던졌다. 그러나 올해는 커브가 '제4의 구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양현종에게 커브를 전수한 것은 KIA 김정수 투수코치다. 지난해 마무리캠프 때였다. 같은 좌완 투수였던 김 코치는 양현종이 커브를 던지면 기존 구종의 위력이 배가될 것이라고 판단해 이를 전수했다. 사실 투수가 새로운 구종을 배우고 이를 실전에 쓰기 까지의 과정은 결코 간단치 않다. 자신과 맞는 구종이 아니면 아무리 오래 연습을 해도 쓸 수 없다. 개인의 감각과 적응력에 달려있다.
그런데 양현종은 의외로 커브를 쉽게 익혔다.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배운 것을 곧바로 올해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게 됐다. 스프링캠프에서 디테일을 보완하고 나자 정규시즌에 완전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투수와 타자의 대결은 어떤 면에서는 '가위바위보'와 비슷하다. 상대가 어떤 수를 낼 지를 고민하고, 그걸 이길 수 있는 수를 내는 싸움. 지난해까지 양현종을 상대하는 타자들은 세 가지의 선택지를 골라야 했다.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그런데 올해는 여기에 커브가 추가됐다. 단순히 선택지가 세 개에서 네 개로 늘어난 차원이 아니다. 타자들은 마치 전혀 다른 투수를 상대하는 듯한 어려움을 느낀다.
120㎞대의 아래로 떨어지는 커브는 기존의 다른 구종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타자들을 혼란에 빠지게 만들었다. 양현종은 "내가 커브를 던지게 됐다는 것을 상대 타자들이 알자 무척 혼란스러워하는 듯 하다. 나 역시도 다양한 투구 레퍼토리를 만들 수 있어 경기를 운영하기가 한층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올해 양현종이 평균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이닝이터의 모습을 보이는 이유 역시 커브의 장착을 통한 투구 레퍼토리의 다양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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