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쿠싱증후군의 부작용을 걱정한 어머니가 딸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적인 사건이 보도됐다. 이 사건으로 쿠싱증후군에 대한 후속 기사도 많이 나왔다. 필자에게 치료를 받던 30대 후반 여성 최모씨는 쿠싱병 진단을 받고 얼마 후 사망했다. 조금만 일찍 치료를 시작했다면 막을 수도 있었던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갑자기 살이 찌길래 열심히 운동하고 음식도 조절했다"는 그의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쿠싱병 때문에 비만 증상이 나타났는데, 그냥 갑자기 살이 찐 것으로만 여겨 병원에 늦게 찾아온 것이다.
이렇게 쿠싱증후군과 쿠싱병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혹은 단순 비만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두 질환 모두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일종인 코르티솔의 과다 분비로 생긴다. 원인이 다를 뿐 증상은 똑같다. 환자들은 외모 변화로 인해 우울증이 생기는 등 삶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며, 고혈압·당뇨병·골절·불임 등 각종 내분비계 합병증에 시달린다.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 등의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일반인의 4배까지 높아진다.
쿠싱증후군과 쿠싱병은 조기 진단을 통해 병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고 치료받아야 한다. 혈액 호르몬 검사를 통해서 원인이 스테로이드제의 장기 복용으로 확인되면 스테로이드제 복용량이나 복용 빈도를 조절해서 증상을 개선한다. 뇌하수체 종양으로 인한 쿠싱병은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거나, 약물·방사선 치료로 종양이 자라지 않게 한다. 뇌하수체 종양에 직접 작용해서 부신피질자극호르몬과 코르티솔을 정상화시키고 종양의 크기를 줄이는 소마토스타틴 유도체가 최근 치료제로 개발됐다.
쿠싱증후군과 쿠싱병은 치료·관리가 충분히 가능하다. 빨리 진단할수록 혈관 합병증을 더욱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드문 병이기 때문에 적잖은 환자가 병 자체를 잘 몰라서 방치하다가 생명까지 위협받는다. 모든 신체 변화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갑자기 생긴 당뇨병, 고혈압, 비만 등 의심 증상이 있으면 꼭 원인을 찾아야 한다.
☞쿠싱증후군·쿠싱병
팔·다리는 가는데 얼굴·몸통에 살이 찌는 중심성 비만증, 살갗이 터서 빨개지는 피부 터짐, 우울증, 얼굴이 보름달처럼 둥글어지고 피부가 얇아져 멍이 잘 생기는 등의 증상. 스테로이드제의 장기복용이 원인이면 쿠싱증후군, 뇌하수체에 생긴 종양이 원인이면 쿠싱병이다. 미국 의사 쿠싱(Harvey Cushing)의 이름을 땄다.
입력 2014.04.0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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