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 후쿠오카(福岡)현 기타큐슈(北九州)공항의 국제선 항공기 출발과 도착을 알리는 안내판은 텅 비어 있다. 이 공항의 유일한 국제선인 부산 노선 운항이 30일부터 중단됐기 때문이다.

정부·지자체가 1000억엔(약 1조원)을 투자, 2006년 개항한 기타큐슈공항은 '국내용'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국제선 유치에 총력전을 폈다. 공항은 기타큐슈시의 적극 지원에 힘입어 2012년 7월 일본 저가 항공사 '스타플라이어(StarFlyer)'를 유치, 부산 노선을 하루 2회, 주 14회 운항했다. 한류 열풍이 이어진 덕에 부산 노선은 한때 만석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2012년 말부터 한·일 외교 갈등으로 일본 내 반한(反韓) 감정이 확산, 이용자가 급감하면서 결국 노선이 폐지되기에 이른 것이다.

한국 여행업계 관계자는 "매년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보내던 일본 학교들도 작년에는 극우 단체 항의로 계획을 취소했다"면서 "반한 감정으로 한국 방문객이 감소하면서 한국 노선을 운영하는 일본 지방 공항들도 국제선 운영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도쿄(東京) 나리타공항과 하네다공항을 비롯해 규모가 큰 주요 공항들은 사정이 낫지만, 한국과 중국 노선 위주로 국제선을 운영하는 소규모 지방 공항들은 한·일, 중·일 외교 악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기타큐슈공항은 국제선 유지를 위해 한국 항공사에 취항을 요청했지만, 항공사는 양국 관계 악화로 일본인 이용객이 늘지 않고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한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어려워진 기타큐슈 관광 업계도 울상이다.

일본에는 총 100개 가까운 지방 공항들이 난립해있고, 이들 중 80% 이상은 적자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작년 인천∼나가사키(長崎) 운항을 중단한 데 이어 다음 달 시즈오카(靜岡)∼인천 정기편 운항도 중단한다. 1900억엔(약 2조원)을 투자해 2009년 문을 연 시즈오카공항에서도 한때 한·일 노선은 한류 붐 덕분에 매일 붐빌 정도로 효자 노릇을 했었다. 하지만 탑승자가 급감하면서 주 3일 운항으로 줄었고, 결국 이번에 운항 자체를 중단하게 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앞서 지난달 간사이∼부산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시즈오카 노선은 현재 주 5회 운항하고 있지만, 역시 탑승객 감소로 노선 유지가 쉽지 않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엔저로 인해 일본행 한국인은 일시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행 일본인 감소 폭이 워낙 커서 채산성 유지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을 찾는 한국인 증가 폭보다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의 감소 폭이 훨씬 더 크다. 한국 방문 일본인은 2012년 351만명에서 작년 274만명으로 77만명(21.9%) 감소했다. 올해도 감소세가 이어져 지난달 한국 방문 일본인(18만9722명)은 작년 2월 대비 12.6% 줄었다. 이에 반해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은 지난해 엔저 영향으로 2012년(204만명)에 비해 40만명 정도 늘었다.

강중석 한국관광공사 일본지사장은 "일본 지방 공항의 국제선은 한국·중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최근 일본과의 외교 악화에 따른 타격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