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고가 30주년을 맞이한 코오롱 구간 마라톤대회(조선일보사·대한육상경기연맹·KBS·코오롱 공동 주최) 첫 정상에 올랐다.

단양고는 29일 경주 시내 마라톤 공인 코스(42.195㎞)에서 열린 남고부 경기에서 2시간16분46초를 기록, 서울체고(2시간17분40초)를 따돌리고 우승했다. 대회 네 번째 출전 만에 거둔 값진 성과였다.

코오롱 구간 마라톤은 풀코스를 주자 6명이 이어 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달리는 거리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가장 긴 6구간(8.195㎞)의 주자로 나선 단양고 이광식(17)은 3구간 초반부터 팀이 잡은 선두를 지키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다.

단양고 이광식이 29일 경주에서 열린 코오롱 구간 마라톤대회 남고부 경기에서 1위로 골인하고 있다. 이광식은 출전 학교별로 6명이 풀코스(42.195㎞)를 이어 달리는 이 대회 30년 역사상 첫 장애인(지적장애) 선수로 우승을 맛봤다.

그는 지적장애(3급)를 갖고 있다. 장애가 없는 또래에 비해 인지 능력이 약간 떨어지는 정도다. 중국인 어머니를 둔 다문화 가정에서 삼 형제 중 둘째로 태어난 이광식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체육교사의 권유로 육상을 시작했다. 작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 장애청소년경기대회 육상 1500m에서 1위를 했고, 2012년과 2013년에 내리 전국 장애학생체육대회 육상 2관왕(800·1500m)에 올랐다. 이경희 단양고 감독은 "(이)광식이가 지구력 하나만큼은 다른 선수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광식을 중학교 때 지도했던 표순종(보은중) 교사는 "처음 광식이를 봤을 때는 먼저 뭘 물어봐야 한두 마디 대답할 정도로 소극적이었다"면서 "지금은 내게 먼저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을 정도로 말이 늘었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대회 30년 역사상 장애인 선수로는 처음 우승을 맛본 이광식은 "아무 생각 없이 뛰었다"면서 "따라잡힐까 봐 겁이 났는데 다행"이라며 웃었다. 그는 "죽어라 뛰고 나면 가슴이 뻥 뚫린 것 같고, 결승선이 서서히 보이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광식은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단양고의 첫 우승 밑바탕엔 지역 사회의 후원이 있었다. 단양군청은 매년 3000만원을 단양고 육상팀에 지원하고 있다. 지역 내 육상 꿈나무를 키우자는 취지로 2002년 만들어진 후원단체 '좋은 사람들'은 작년 말 육상부에 5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했다.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김경운 단양군 육상연맹 회장은 작년에 사비로 육상부에 훈련용 차량(스타렉스)을 사주기도 했다.

(위 사진)여고부 우승 - 인천체고 활짝 핀 목련꽃 아래서 포즈를 취한 여고부 우승팀 인천체고 선수들. (아래 사진)남고부 우승 - 단양고 단양고는 대회 참가 네 번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여고부에선 작년 준우승팀인 인천체고(2시간43분43초)가 작년 우승팀인 오류고(2시간44분38초)를 따돌리고 10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차지한 인천체고는 상지여고의 여고부 역대 최다 우승기록(5회)을 바짝 추격했다. 인천체고 강혜진(18)은 오른쪽 허벅지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데도 5구간 4.9㎞를 1위(19분52초)로 통과하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신종호 인천체고 감독은 "그동안 우승을 눈앞에서 놓친 적이 많아 아쉬웠는데, 30주년 대회 우승을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남녀 중학부(15㎞를 4명이 릴레이)에선 경북체중(50분11초)과 신정여중(1시간6분19초)이 각각 1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