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순방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6일 프랑스 국빈 방문의 첫 일정으로 남동부 도시 리옹을 찾았다.

시 주석이 파리를 제치고 리옹부터 달려간 이유와 관련, 주(駐)프랑스 중국 대사관은 이날 "리옹은 덩샤오핑(鄧小平)과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유학했던 도시"라고 밝혔다.

리옹은 1919~20년 중국의 '근공검학(勤工儉學·일하면서 배운다)' 유학생을 앞장서 받아들인 곳이다. 당시 중국 교육계는 '중국을 구할 진리를 서구에서 찾아야 한다'며 중국 유학생 1500여 명을 프랑스로 보냈다.

'근공검학'은 1차 대전 직후 노동력이 부족했던 프랑스와 서구 문물을 배우려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시작됐다. 이들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고된 생활을 하면서 유럽 공산주의를 배웠다. 덩샤오핑도 리옹 인근의 고무신 공장과 기계 공장 등에서 비숙련 노동자로 일하며 공산주의에 눈을 떴다. '근공검학이 없었으면 중국 공산 혁명도 어려웠을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당시 프랑스 유학생은 중국 혁명의 '인재 풀'이 됐다.

약 100년 전 덩샤오핑 등은 몰락한 제국의 유학생으로 프랑스 땅을 밟았다. 그러나 시 주석은 주요 2개국(G2)의 지도자로 국빈 방문해 앵발리드 광장 환영식과 엘리제궁 만찬 등 프랑스의 특급 대우를 받는다.

시 주석은 프랑스에서 에어버스 여객기 150대(160억달러)를 구매할 계획이다. 시 주석은 25일(현지 시각)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에 기고문을 실어 '지천명(知天命·하늘의 뜻을 안다)'이란 말로 수교 50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 발전을 강조했다. 공자는 논어에서 '50세면 하늘의 뜻을 안다(五十而知天命)'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