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5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주재 미국 대사 관저에서 3국(國)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은 오바마 대통령이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를 초청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세 나라 정상은 회담에서 '북핵(北核) 불용' '북핵 6자회담 관련 3국 안보 채널 가동'에 합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회담을 통해 우리 세 나라가 단결과 일치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우리 국민과 아·태 지역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3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북핵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했고, 아베 총리는 "대북 억제에서 일본의 협력도 중요하다"고 했다.

일본의 과거사 및 독도 도발로 인해 한·일 관계가 최악(最惡)으로 치닫는 사이 북한은 작년 2월 3차 핵실험을 실시했고, 걸핏하면 4차 핵실험 협박을 일삼아 왔다. 그런데도 지난 1년여 동안 북핵 관련 한·미·일 3국 협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래서는 북으로 하여금 핵 포기를 결심하고 6자회담에 나서도록 만드는 효과적인 대북 압박이 불가능하다.

북한은 어제 새벽 한·미·일 3국 정상회담 시간에 맞춰 최대 사거리 1300㎞인 중거리 노동미사일 2발을 평양 인근 내륙 지역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지난 한 달 가까이 북이 쏘아댄 단거리 미사일과 달리 노동미사일 발사는 일체의 탄도미사일 관련 활동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어긴 것이다. 북이 굳이 이 시간대를 골라 안보리 추가 제재가 뻔히 예상되는 노동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그만큼 한·미·일 안보 협력 체제의 복원 움직임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은 북핵 공조를 명분으로 한·일 정상이 마주 앉는 기회였다는 사실이 더 부각되고 있다. 회담 시간도 40분에 불과했다. 모임을 주선한 미국 측은 이번에 세 정상이 어떤 대화를 나누고 무엇에 합의하느냐보다는 3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뒀다고 한다. 지난 1년여 한·일 관계는 사실상 외교적 단절 상태였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얼굴을 맞대고 북핵을 의제 삼아 이야기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한·일 간 역사 문제에 대해선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곧 일본 교과서 검정 결과가 발표될 것이고, 아베 내각과 정치권의 극렬 인사들이 언제 어떤 도발적 언동(言動)을 할지 알 수 없다. 내년은 한·일 수교 50년이 되는 해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은 양국 간 과거사 인식 및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을 정면으로 다룰 대화를 본격화해야 한다. 한·일이 지나온 50년의 잘못을 바로잡고 다가올 50년의 역사를 만들어 가기 위해 심층적 대화를 모색할 때가 됐다. 그 길로 갈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일본 측의 태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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