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 한 아이의 행복보다 지역 전체를 키워요

입력 2014.03.25 03:18 | 수정 2014.03.25 17:51

해외 후원 패러다임 바꾸는 비영리단체들
국제아동돕기연합 - "예쁜 아이들만 후원받더라"
후원 불균형 현상 고민하다 치료 급한 아이들 결연하는
'한 달에 한 생명 살리기' 운영 1년에 최대 12명의 아동 도와
채리티워터 - 후원금 100% 우물 파기에 써
기부금과 운영비 따로 받아 조직 운영과정 투명성 확보
지구촌나눔운동 - 소득 증대, 지역 지도자 육성
베트남 가정 2103곳에 암소 지원하고 축산 교육

“얼굴이 예쁘고 잘생긴 아이들에게 후원금이 몰리더라고요. 유전자가 좋은 가정은 다섯 아이 모두 후원자가 있는데, 어떤 집은 아예 지원을 못 받는 불균형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2004년 설립된 토종 NGO 국제아동돕기연합 신세용 이사장이 5년 전, ‘해외아동 일대일 결연’을 없앤 이유다. 1년간의 고민 끝에, 새롭게 도입한 것은 ‘한 달에 한 생명 살리기 결연’. 당장 치료가 시급한 아이를 후원자와 결연을 하여, 의약품과 영양제 등 필요한 의료지원을 받게 해주는 후원방식이다. 1년이면 최대 12명의 아동을 돕게 된다. 탄자니아 아동건강관리센터(ECHC)에서 치료가 필요한 5세 미만의 아동으로 대상도 좁혔다. 내가 원하는 국가와 후원아동을 맘대로 정할 수 없기에 반발도 컸다. 1500명가량 되는 후원자에게 일일이 전화해 후원방법을 설명했지만 ‘왜 내 아이를 마음대로 바꾸느냐’, ‘그만 후원하겠다’는 반응도 많았다. 신 이사장은 “당시엔 단체에 큰 타격을 입은 결정이었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 후원자는 3개월에 한 번씩, 지원했던 3명의 아이에 대한 ‘진료카드’를 피드백으로 받는다. 현재 ‘한 달에 한 생명 살리기 결연’에 참여하는 후원자는 1000명 정도다.

효율성에 대한 고민에서 사업은 진화를 거듭했다. 지난해부턴 코이카와 함께 탄자니아 오지마을 아이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키퍼 프로젝트(keeper project)'를 시작했다. 키퍼(19~30세)는 전문 의료인으로부터 1년간의 교육을 받고 오지 마을로 파견, 정기적으로 아이들의 건강상태·마을의 위생 상태 등을 파악하는 현지인 관리자다. 신 이사장은 "보건센터까지 오지 못해 예방 가능한 질병임에도 심각한 문제를 겪는 아이들이 많아 고안된 사업"이라고 했다. 작년 12월에는 키퍼들이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키퍼애플리케이션(이하 키퍼앱)' 개발도 완료됐다. 키퍼에겐 키퍼앱이 설치된 태블릿 PC가 주어지고, 이들은 주기적으로 아동 300명의 '헬스차트'를 기재한다. 이는 한 달에 한 번 의사·간호사가 마을을 찾아 진료를 볼 때 참고하는 기본 자료가 된다. 업데이트되는 내용은 자연스럽게 관리자 홈페이지에 연동돼 따로 행정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 지금은 후원자용 앱도 개발, 후원하는 아이들의 변화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1 지구촌나눔운동으로부터 암소 구입비를 대출받은 한 농민. 2 탄자니아 아동건강관리센터에서 진료를 받는 아동. 3 탄자니아의 한 키퍼가 키퍼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아이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있는 모습. 4 채리티워터의 자선 전시회 현장. / 블룸버그 뉴스
1 지구촌나눔운동으로부터 암소 구입비를 대출받은 한 농민. 2 탄자니아 아동건강관리센터에서 진료를 받는 아동. 3 탄자니아의 한 키퍼가 키퍼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아이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있는 모습. 4 채리티워터의 자선 전시회 현장. / 블룸버그 뉴스
◇아동결연의 패러다임 변화를 시도하는 단체들

일대일 아동결연은 수십년 동안 국제구호 NGO에서 가장 핵심을 이룬 모금방법이었다. 국제구호 NGO가 저개발국에서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후원아동을 선정하면, 후원자들이 아동과 일대일로 짝을 이뤄 후원하는 방식이다. 대개 3만원의 결연후원금을 내면, 후원자는 아동의 인적사항이 적힌 카드를 받게 되고 이후 수시로 아동의 발달상황이 적힌 카드나 후원아동이 직접 쓴 편지 등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 현장에서는 후원아동과 비후원아동 사이에 형평성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후원아동이 중요하냐, 아니면 후원아동이 사는 지역을 잘 살게 하는 게 중요하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최근 미국 뉴욕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떠오르는 비영리단체 '채리티워터(charity water)'는 기부자의 후원금 100%를 우물 파는 활동에만 사용한다. 조직의 투명성을 최대화하기 위한 시도다. 은행 계좌를 2개로 만들어, 한 계좌에는 채리티워터의 식수 공급 활동·프로그램 지원 기부금을 후원받고 다른 계좌에는 운영비를 지원하는 후원금을 따로 받는 것이 특징이다. 기부자들은 자신이 기부한 돈이 어느 지역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구글 맵을 통해 피드백을 받는다.

대표 프로그램은 '생일 기부하기(Pledge Your Birthday)'. 생일 파티를 여는 대신, 입장료만큼의 액수를 기부하는 방식이다. 특히 유명인사와 연예인이 참여해 노란 물통을 들고 런웨이를 걷는 행사가 포함된 '채리티 볼(charity ball)' 자선파티를 열어 기부금 조성뿐만 아니라 물 문제에 대한 애드보커시(Advocacy)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16일엔 탐스슈즈 창업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페이스북 전 사장 숀 파커(Sean parker), 연예인으로는 미국의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애덤 램버트(Adam Lambert) 등이 참여해 400만달러를 모금했다. 지금까지 3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을 전달했고, 2007년에 170만달러(약 18억원)를 모금했던 채리티워터는 2012년엔 3300만달러(약 353억원)까지 증가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동 결연 아닌 마을 자립 지원으로

1998년 설립된 지구촌나눔운동도 설립 초기부터 아예 일대일 아동결연이 없다. 송현주 기획팀 간사는 "개발도상국 시민의 자립역량을 강화해 자발적으로 빈곤퇴치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단체의 주요 사업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지구촌나눔운동에는 일방적인 자선에 기반을 둔 사업은 지양한다. 대신 지역사회개발을 위한 소득증대 사업을 펼치거나, 지도자를 지원하는 사업이 주를 이룬다. 2000년도부터 베트남에서 시작한 '암소은행'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베트남 농가 수입의 약 70%가 축산을 통해 발생하는 점에 착안했다. 빈곤가정에 암소 구입비(평균 60만원 선)의 80%를 저리로 대출, 3년 후에 일시상환하면 이를 다른 마을에 지원한다. 가정의 상환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20%의 비용은 자비로 부담하고, 지원원금의 연2~4% 이자는 마을관리위원회의 운영비로 사용된다. 지구촌나눔운동에서는 축산교육도 함께 제공한다. 3년 동안 젖을 팔거나, 새끼를 키워 팔면 소득증대는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지금까지 2103가정에 2103마리의 암소를 지원했고, 상환율은 97%에 이른다.

지구촌나눔운동의 정기 후원자는 1500명 정도로, 많은 편은 아니다. 송현주 간사는 "일대일 결연을 문의하시는 후원자 분들도 계시지만 정중히 단체의 사업방향을 설명드린다"면서 "결연보다 피드백과 변화는 느릴 수 있지만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몽골주민지도자 양성사업도 이 고민에서 시작됐다. 2010년부터 몽골정부와 함께 22개 지역 대표에게 7박8일간 워크숍을 열어, 축산교육·커뮤니케이션 방법·문제해결 능력 등을 교육한 사업이다. 지난 3년간 이 과정에 참여한 지도자는 580여명에 이른다. 송현주 간사는 "개발도상국에선 투명하고 역량 있는 리더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 2월부턴 '베트남의 설리번 선생님을 위하여'란 이름으로 베트남 장애아동 교사 교육 지원 사업 모금이 진행 중이다. (https://www.gcs.or.kr:50010)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