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네덜란드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각)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 양자 회담을 열고 북핵(北核) 문제 해법을 논의했다. 두 정상이 '북한의 2인자'로 불렸던 장성택 처형 이후 처음으로 직접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시 주석은 추가 핵실험 등 북한의 핵개발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안보정상회의 첫 일정

이날 오후 네덜란드 헤이그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첫 번째 일정으로 시진핑 주석과 만났다. 두 정상은 올해로 예정된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訪韓) 문제, 10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두 정상의 최대 화두는 북핵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도착한 朴대통령 - 박근혜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2014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3일 오후(현지 시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에 도착,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북한은 지난 14일 국방위원회 성명으로 "미국의 핵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핵 억제력의) 위력을 과시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가 계속 있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경고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의 연이은 로켓 발사 등을 포함한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시 주석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 반대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작년 10월 APEC을 계기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때도 "북한의 핵 보유는 물론 북한의 추가적 핵실험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들은 시 주석이 이번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핵안보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이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핵안보 문제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겠다는 뜻으로, 동북아와 전 세계 핵안보에 위험이 되고 있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가 나올지도 주목된다.

외교가에서는 한·중 정상회담이 한·미·일 정상회담(25일)에 앞서 열린 것을 놓고, 중국이 사전에 견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 측은 박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의 성격과 의제에 대해 여러 경로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그러나 "각국 정상의 일정을 맞추다 보니 한·중, 한·미·일 순서로 열리게 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核안보 국제 협력 주제로 연설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시작으로 박 대통령의 순방 일정도 본격화된다. 박 대통령은 현지시각 24일 오전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와 양자회담을 열고 빌렘 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 주최 오찬에 참석한다. 오후 3시 핵안보정상회의 개회식에서 직전 대회 개최국 정상 자격으로 연설할 예정이다. 통상 다자회의에서 직전 개최국에는 간략한 경과보고 기회만 주어지는데 네덜란드 측은 이례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긴 연설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을 직접 거론하지 않더라도 핵안보를 위한 국제협력이라는 큰 틀에서 북핵 문제가 언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