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금고' 뒤져 자금줄 조이는 미국

입력 2014.03.22 03:38

美가 제재할 로시야은행… 푸틴 최측근이 최대 주주
러, 비자 중단 등 맞대응… 크림 합병절차 모두 마무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 러시아인 20명과 '푸틴의 은행'이라고 불리는 로시야은행을 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러시아 추가 제재안을 내놓았다. 이들에 대해 비자 발급 중단, 자산동결, 금융거래 금지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제재 대상에 오른 로시야은행은 러시아 제2의 도시이자 푸틴 대통령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공산당 기금 관리를 목적으로 1990년 설립됐다. 푸틴은 이곳 부시장을 거쳐 정계의 거물로 성장했다.

이 은행의 주요 주주는 이른바 '푸틴의 아이들'이라고 불리는 인물들이다. 최대 주주인 유리 코발추크는 로시야은행을 기반으로 정치자금을 관리하며 푸틴의 금고지기 역할을 해 왔다. 이번에 미국 제재 명단에 올랐다. 2대 주주인 나콜라이 샤마로프는 러시아 마피아의 후견인으로 알려졌으며, 또 다른 주요 주주 드미트리 고렐로프는 푸틴과 KGB(옛 소련의 비밀첩보조직)에서 함께 근무했다.

'푸틴의 은행' 방크 로시야.
로시야은행은 2004년 초까지만 해도 자산 67억루블(약 2000억원)의 지방은행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2004년 국영에너지회사 가즈프롬의 보험 계열사인 소가즈를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이 인수 작업에 푸틴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로시야은행은 푸틴이 대통령·총리직에 있는 동안 연 60% 이상 초고속 성장했다.

로시야은행이 미국에 소유한 자산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주목하는 것은 이 은행이 조세회피지역에 운영 중인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불법거래 없이는 초고속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 페이퍼컴퍼니를 찾아내 제재하고, 달러 자금 조달도 어렵게 하겠다는 계산이다. 21일 러시아 경제는 주가가 3% 하락하고, 루블화(貨) 가치도 0.5% 떨어지며 충격을 받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푸틴은 이날 TV에 나와 "(내가) 로시야은행에 계좌를 개설해야겠다"며 오바마의 조치를 조롱했다.

미국의 이번 추가 제재 명단에서 푸틴의 정치자금줄로 알려진 주요 '올리가르히(신흥 재벌)'는 빠져 있다. 영국 싱크탱크 '헨리잭슨 소사이어티'의 러시아센터장인 앤드루 폭설은 "영국 프로축구팀 첼시 구단주이자 석유 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 등 '올리가르히'를 제재 명단에 올려야 한다"며 "이들이 푸틴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도 서방의 제재에 대응을 시작했다. 러시아는 캐럴라인 앳킨슨 대통령 국가안보 부보좌관,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 주요 정·관계 인사 9명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또 흑해함대의 크림반도 주둔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제공해 온 천연가스 할인 혜택도 없애기로 했다. 크림반도가 러시아 땅이 된 만큼, 대가를 지불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도네츠크 등 우크라이나 동부에선 친(親)러시아 성향의 자경단이 관공서를 기습 점거했다 철수하는 등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러시아 상원은 이날 크림공화국 합병 법률안을 155명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푸틴이 즉시 서명하며 모든 법적 절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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