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는 14일(현지시각)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환영한다. 긍정적 진전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무라야마 총리와 고노 전 관방장관의 사과는 주변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일본의 노력에 있어 중요한 장(章)을 기록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의 좋은 관계는 두 나라 자체는 물론 지역과 미국에 있어서도 최선의 이익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 같은 언급은 미국이 그만큼 한·일 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며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한·미·일 공조가 꼭 필요한 미국은 그동안 한·일 양국에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메시지를 여러 채널을 통해 전달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일을 방문하는 4월 말 전에 실질적인 관계 개선 움직임이 나왔으면 한다는 미국의 희망도 양국에 여러 차례 전달됐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은 당초 한·일 과거사 문제에 '중재자'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지난해 말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시작으로 아베의 '도발'이 계속되자 변화가 생겼다. 한·일 관계가 미국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악화되면서 미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미국은 한국에도 일본과 대화에 나설 것을 물밑에서 주문해왔다. 지난 12일 갑자기 방한한 일본의 사이키 외무성 사무차관을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이 면담한 것도 미국의 간접적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아베 총리가 '유화 제스처'를 취한 만큼 박 대통령도 좀 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위안부 부정(否定), 야스쿠니 신사 참배 때문에 악화된 일본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자칫하면 '한국도 독불장군'이란 식의 양비론(兩非論)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