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벌어도, 난 행복해

조선일보
  • 김윤덕 기자
    입력 2014.03.15 03:04

    일 안 하고 일할 의지도 없는 '니트족'
    "돈 없이도 재밌게 살 수 있다" 주장해… 자유로운 삶이 곧 행복인가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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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
    파 지음|한호정 옮김|동아시아|259쪽 | 1만2000원

    ●회사 가기 싫은 날
    김희진 지음|마호|308쪽|1만6000원

    두 눈에 불을 켜고도 살 둥 말 둥한 시대에 '빈둥빈둥'이라니! '파'라는 필명의, 36세 일본 니트족이 쓴 이 '불량한' 책을 읽다 엉뚱하게도 장욱진의 그림'모기장'을 떠올렸다. 등잔, 밥그릇, 요강이 세간살이 전부인 남자가 모기장 안에 발랑 누워 팔베개를 한 채 아이처럼 방긋 웃는 그림. '가진 게 좀 적으면 어때? 내 한 몸 누일 작은 방 한 칸 있으면 그만이지' 하고 속삭이는 듯한 이 작품에 부제를 붙이라면 단연 '행복'이다. 빈둥빈둥 게으름을 피우는 것과 행복의 조합, 과연 가능할까? 일본 젊은이들에게 '니트 철학자'로 불리는 이 남자는 "가능하고도 남는다"고 단언했다.

    나는 니트족일까 자가 테스트표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약자인 니트(NEET)는, 통상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해왔다. 1990년대 경제상황 나빴던 영국에서 등장해 유럽, 일본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최근엔 한국에서도 20~30대 니트족을 어렵지 않게 만난다. 경기불황으로 청년실업자가 급증한 탓이다.

    자칫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와 혼돈할 수 있지만, 저자는 니트란 삶의 여러 방식 혹은 선택 중에 하나라고 주장한다. 일하지 않고 놀고먹으려는 니트족을 '사회의 해충'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기성세대에 반기를 든다. "사람이란 회사에 다니지 않아도, 돈이 별로 없어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살 수 있다. 고정된 생활방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노력한 만큼 거둔다'는 구세대들의 상식은 유례없는 취업 빙하기를 겪고 있는 젊은이들에겐 더 큰 불행감만 안겨줄 뿐이라고 받아친다. "오히려 열심히 일해야지, 제대로 살아야지, 남에게 폐 끼치지 말아야지 같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탓에 일본의 자살자가 연간 3만명이나 되는 것 아닌가?"

    화가 장욱진도 ‘니트족’이었을까? 등잔, 밥그릇, 요강이 세간살이 전부인 사내가 단칸방에 누워 해맑게 웃고 있는 장욱진의 그림 ‘모기장’. /김숙현 기자
    니트족이 경쟁에서 낙오된 '루저(패배자)'라는 것도 편견이다. 저자만 해도 일류대로 꼽히는 교토대학을 졸업했다. 3년간 번듯한 직장생활도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하루 10시간 사무실이라는 다수의 사람이 있는 공간에 감금당하고 있는 상태가 힘들어" 스물아홉에 사표를 던졌다. 인터넷을 활용해 최소의 돈벌이를 하고, 트위터로 세상과 소통했다. 집은 뜻이 맞는 니트들끼리 모여 공동으로 사용하고 필요한 물건은 남이 버린 중고를 얻어 쓴다. 푼돈 버는 법, 식생활, 거주지 구하는 방법까지 세세히 일러주는 이 '철학자'는 결혼, 아기, 저축, 부자 등 세속의 욕망을 포기하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그 자유가 곧 행복일까?'라는 의구심이 남지만.

    좀 더 '실속있게' 빈둥거리고 싶다면 한국형 니트족이 쓴 '회사 가기 싫은 날'이 유용하다. 하루 대부분을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거나 드라마와 영화를 밤새워 시청하는 '글팔이' 여성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회사를 탈출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17명의 니트주의자들을 인터뷰했다.

    카페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다 바리스타 일을 배워 동네 커피점을 연 전직 회사원, 국문학을 전공했지만 몸 쓰는 일이 좋아 자전거 만드는 공방 주인이 된 청년, '새로운 헌책' 발견하는 재미에 아예 헌책방을 시작한 전직 출판인…. '일하고 싶은 의지'가 있으니 이미 니트의 범주에서 벗어났지만, 큰돈이 목적이 아니라는 점, 아득바득 일하지 않는다는 점, 좋아하는 일만 한다는 점에서 니트 철학을 추구하는 셈이다.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들어온 회사에 "그냥 재미없어서"라며 사표를 던지는 젊은 세대를 조금은 이해하게 도와주는 길잡이. 피로사회를 살아가는 '범생이' 직장인들의 숨통도 트이게 해준다. "일, 그렇게 열심히 안 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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