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공기를 달고 리비아 반군에게서 원유를 구매한 유조선 '모닝글로리'호(3만5000t급) 사태가 결국 리비아 총리 해임을 불러왔다. '모닝글로리호'가 아무런 제재도 없이 원유 선적을 마치고 공해(公海)상으로 사라지자, 리비아 의회는 11일 알리 자이단 현 총리의 해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모닝글로리'호가 북한 인공기를 게양하고 리비아 동부의 에스시데르 항구에 나타난 건 지난 8일(현지 시각)이었다. 석유 수출항인 이 지역은 작년 8월부터 반군이 장악해 리비아 정부의 통제가 미치지 못하고 있다.
리비아 정부는 이 유조선이 반군에게 원유를 구매할 것이라는 정황을 포착하고 "불법 석유 거래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강경 태도를 보였다. '폭격'과 '해상 봉쇄' '최후통첩' 같은 말이 연일 쏟아졌다.
하지만 문제의 유조선은 사흘간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원유를 최소 23만4000배럴 선적했다. 리비아 정부는 포위나 봉쇄는커녕, 이 유조선의 실제 국적이나 최종 목적지도 확인하지 못했다.
리비아 정부는 11일 "해군이 반군과 총격전 끝에 해당 유조선을 정부가 통제하는 항구로 끌고 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반군은 "유조선이 항구를 출발했으며 현재 공해상에 있다"고 밝혀 정부 발표를 뒤집었다. 의회가 유조선의 항로를 면밀하게 따져본 결과, 반군 발표가 사실이라는 정황이 포착됐다. 한 의원은 "해군 소속의 작은 배들이 악천후 때문에 대형 유조선을 쫓아가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와 관련, 리비아 의회는 이날 자이단 현 총리 해임 결의안을 재적 의원 200명 가운데 124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새 총리를 지명할 때까지 2주간 압둘라 알타니 국방장관이 임시 총리를 맡기로 했다. 카다피의 42년 독재가 끝난 뒤에 들어선 현 정부가 리비아 전역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군벌 난립으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는 걸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BBC는 분석했다.
이 사태에서 '압권'은 인공기를 단 이 유조선이 실제 북한 배인지 아직도 모른다는 점이다. 외신들은 북한 인공기가 유조선의 실제 소유주를 숨기기 위한 '위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