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예술이네

조선일보
  • 허윤희 기자
    입력 2014.03.11 03:00 | 수정 2014.03.11 09:22

    -'다이내믹 스트럭처…'展
    예술가·과학자 10개월 協業… 과학 강의에서 얻은 영감에 상상력 더해 작품 만들어

    '플라톤 입체' 표현한 조명 등 수리·물리학 이론을 형상화
    기획자 "세계의 본질 찾는 과정"

    예술과 과학은 본래 뿌리가 하나였다. 이탈리아의 위대한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수학·과학·해부학·건축학에 전 방위 역량을 발휘한 과학자이기도 했다. 르네상스 이전까지 '아트(art·예술)'에는 기술이란 뜻도 포함했으나, 17세기부터 과학이 따로 떨어지며 전문화됐다.

    서울 동숭동 아르코미술관에서 6일 개막한 '다이내믹 스트럭처 앤드 플루이드(Dynamic Structure & Fluid)'전(展)은 이제는 시대적 과제가 된 학제간 교류와 융복합에 대한 하나의 예시로 기획됐다. 순수 과학 이론과 시각 예술이 화학적으로 결합한 전시다. 10개월에 걸친 예술가-과학자 협업의 결과물로 국내 미디어아티스트 10명(7개 팀)이 수리·물리학 이론을 시청각 작품으로 형상화한 작품 7점을 선보인다. 김경미 뉴미디어아트연구회 대표와 홍성욱 서울대 과학사 과학철학협동과정 교수가 기획자로 나섰다.

    ①플라톤 입체를 풀어낸 전상언의 ‘플라토닉 괘’. ②피보나치 수열을 적용한 김영희의 ‘비늘’. ③초끈이론을 형상화한 이상민의 ‘숨겨진 공간’.
    ①플라톤 입체를 풀어낸 전상언의 ‘플라토닉 괘’. ②피보나치 수열을 적용한 김영희의 ‘비늘’. ③초끈이론을 형상화한 이상민의 ‘숨겨진 공간’.
    시작은 지난해 5월. 홍 교수가 진행하는 학제간 연구 프로그램에 발표자로 참여한 김 대표가 제안했다. "예술과 과학의 만남, 연구만 하지 말고 전시를 해보면 어떨까요?"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7월에 미디어아트 작가들을 끌어모았고, 8~10월에는 수리·과학 교수를 섭외해 세미나를 열었다. 과학자들은 '수학의 구조와 패턴' '유체역학' 등 이론을 설명했고, 예술가들은 강의에서 받은 영감에 상상력을 더해 작품을 만들었다. 어려운 이론에 부딪히면 개별적으로 관련 학자를 찾아다니며 묻고 해답을 구했다.

    이론은 골치 아프지만, 전시는 흥미롭다. 1층 입구에 전시된 전상언의 '플라토닉 괘'는 고대 철학자 플라톤이 주장한 '플라톤 입체'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냈다. 플라톤 입체는 정4면체, 정6면체, 정8면체, 정12면체, 정20면체가 각각 불, 흙, 공기, 우주, 물을 상징한다는 것. 규칙적으로 바뀌는 형광 조명이 다면체의 변화를 보여준다.

    김영희 작품 '비늘'은 '피보나치 수열'에 따라 다면체(비늘) 240여개를 배열했다. 관람객이 작품 앞에서 입김을 불면 습도에 따라 특정한 숫자만큼 비늘이 열리고 닫히면서 모양이 바뀐다. 작가는 "건조하면 벌어지고 습하면 닫히는 자연의 솔방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2층 한복판에 설치된 이상민의 '숨겨진 공간'. 우주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가 아주 작은 끈으로 이루어졌다는 물리학의 '초끈이론'을 형상화했다. 초끈이론에서는 우리가 사는 공간은 9차원인데, 감지하는 3차원을 제외한 나머지 6차원은 '칼라비 야우' 공간에 숨겨져 있다고 본다. 작가는 6차원의 숨겨진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거울을 활용한 다면체를 만들었다. 공간 안으로 들어서면 수많은 거울(필름)에 반사되는 빛에 황홀해진다.

    김 대표는 "순수 과학자들과 이룬 협업에서 예술과 과학은 '세계의 본질 찾기'라는 공통분모를 확인했다"고 했다. 전시는 5월 9일까지. 전시 기간 중 매주 주말에는 일반인 대상 워크숍이 열리고, 다음 달 4일에는 학술 콘퍼런스도 열린다. 전시, 워크숍, 콘퍼런스 모두 무료. (02)760-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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