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벽에 피로 쓴 '마지막 증거'… 걸레로 문질러 지운 흔적 선명해

입력 2014.03.08 03:01

국정원 협력자 자살 기도… 本紙 기자가 현장 가보니

군데군데 원형 모양으로 박박 문지른 걸레 자국.
/성형주 기자
국가정보원 협력자 김모(61)씨가 자살 기도 직전 자신의 혈흔으로 남기려 했던 마지막 기록은 깨끗이 지워져 있었다. 7일 본지 취재진은 김씨가 자살을 기도했던 서울 영등포구의 한 모텔 객실에 다시 한 번 가봤다. 김씨가 자신의 피로 '국정원이…'라고 썼다는 벽면에 '루미놀(luminol)' 용액을 뿌려봤다. 혈흔(血痕) 감식에 널리 쓰이는 이 용액은 혈액이 지워져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더라도, 미세하게 남아 있는 혈액 속 헤모글로빈 성분과 반응해 푸른 형광빛을 낸다. 'CSI' 등 범죄 수사 영화를 통해 대중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용액을 뿌려보니 가로×세로 2m가량 벽면이 온통 푸른색으로 빛났다. 김씨가 혈서를 남겼던 흔적이었다. 군데군데 원형 모양으로 박박 문지른 걸레 자국〈사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김씨가 썼다는 글자를 지우려고 상당히 노력한 흔적이었다. 김씨가 자살을 기도한 5일 신고를 받은 경찰은 오후 6시 14분 이 객실에 들어왔다. 불과 4시간 뒤인 오후 10시 15분에 감식을 종료했다. 뒤이어 모텔 직원이 벽에 적힌 혈서를 걸레로 문질러 닦고, 바닥의 혈흔도 모두 지웠다. 경찰은 이를 아무 제지 없이 허용했다.

김씨의 자살 기도는 '다행히' 실패로 끝났지만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김씨가 세상에 전하려 했던 마지막 뜻이 지워져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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